주중에 내내 몸이 좋지 않았다. 다음 주부터 시험기간이고, 11월에 거의 매주 발표를 해야 하기 때문에 앓아눕게 될까봐 신경을 많이 썼다.

센터에서는 간이귀화 자격이 되는 A씨가 F2비자를 연장하러 출입국관리소에 다녀온 얘기를 써 왔다. A씨는 남편과 나이 차이가 많이 나긴 해도 비교적 관계가 원만하고, 남편에게 직장도 있다. 그래서 수업 후에 대표님께 뭔가 사정이 있는지 살짝 여쭈어 보았더니, 현재 한국에서는 한국인 자녀가 없는 이주여성에게는 실무상 국적을 잘 주지 않는다고 한다. 쫓겨나지 않으려면 애를 낳으란 말이다. 영주권이라도 받으면 좋겠지만 많은 남편들이 영주권 발급에 협조하지 않고 귀찮아한다. 물론 저소득층에서 결혼이주가 많다 보니 재정증명 문제가 걸리는 경우도 있다.

아이가 조금 자라고 한국어도 늘어 여유가 생긴 S씨는 요즈음 텔레비전에서 듣거나 주위에서 본 단어들을 사전에서 찾아 하고 싶은 말을 한국어 문장으로 열심히 만들어 와서 시간이 날 때마다 대표님께 많이 여쭈어 본다. 모어-한국어 사전이 부실하고 S씨가 아는 어휘만 사용해서 이해할 수 있도록 해야 하니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이번에는 '긴박하다'는 단어를 찾아 왔는데 '급하다'와 '긴박하다'의 뉘앙스 차이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옆에서 보며 참 난감했다. 그런데 대표님이 제시하신 설명.

"남편이 화 났어요. 욕해요. 소리 쳐요. 이거 긴박하지 않아요. 남편이 화 너무 났어요. 칼로 찌르려고 해요. 이거 긴박해요."

그래, 바로 그런 상황이 '긴박'하지. 다른 풀이에 '급하다'와의 차이를 모르겠다며 아리송해하던 S씨가 대번에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와서는 파스타를 만들어 먹고 쉬었다.


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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