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가 끝났다.

연휴 동안 하려고 마음 먹었던 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꼭 연휴에 할 작정은 아니었던 "커크 병원 데리고 가기(21일)"와 "인셉션 다시 보기(20일)"만 했다.

어제 자혜가 추천해 주었던 동물병원에 가서 커크 신체검사를 하고 1차 기본접종을 했다. 의사 선생님이 커크를 보고 이미 이갈이를 많이 했다고, 오 개월 정도 된 것 같다 하셨다. 몸무게는 2.23kg. 요즘 눈곱이 많이 끼어 걱정이었는데 결막염 증세가 있다고 한다. 안약을 받아왔다. 귀지가 아주 많았다. 귀를 닦는 법도 배웠는데 쉽지 않겠더라.

벼르던 일을 했다고 뿌듯해 했는데, 커크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서 무척 놀랐다. 예방접종을 하고 나면 바이러스 때문에 고양이가 좀 앓는 접종반응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듣기는 했으나, 키우기 시작한 이래 늘 건강하던 고양이가 소리도 못 내고 가만히 누워 꼬리만 흔드니 당황스러웠다. 동진님이 밤길을 나가 캔을 하나 사 왔다. 평소 같으면 캔 따는 소리만 들려도 냐-냐- 시끄럽게 울면서 싱크대까지 뛰어올라와 난리일 커크가 캔을 따서 밥그릇에 담아 준 다음에야 다리를 절뚝거리며 밥 먹으러 왔다. 그래도 먹어서 한 시름 놓았다. 축 늘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를 잡고 안약을 넣었다. 몇 달 만에 집이 조용했다.

밤 열 시 반 쯤에 체온을 재어 보았더니 40도였다. 고양이 정상 체온이 38.5다. 책을 찾아보니 있을 수 있는 접종 반응 항목에는 미열, 즉시 수의사에게 데려가야 하는 반응 항목에는 고열이 있다. 미열은 몇 도고 고열은 몇 도냐. 한참 찾아 보니 미열은 39.5도, 고열은 40도. 애매하다. 한참을 고민하다, 힘이 하나도 없는 고양이를 또다시 이동장에 넣어 24시간 동물병원까지 데리고 가는 것도 오히려 해가 될 것 같고, 수의사에게 데려가야 하는 항목에 있는 다른 증상(설사나 구토)은 보이지 않으니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밤 열두 시 반에 다시 체온을 재어 보아도 여전히 40도 정도였다. 커크 침대 채로 안방 침대 옆에 데려다 놓고 잤다. 말 못 하는 작은 동물.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면서도 걱정이 되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몇 번 다가가 파닥이는 몸에 가만히 손을 대어 보았다. 다행히 펄떡펄떡 움직인다. 허벅지에 손을 넣어 보았다. 뜨거우면 가슴이 철렁한다.

다행히 커크는 일요일 아침부터 정신을 차리고 뽈뽈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점심 때가 되자 가지 말라는 아일랜드 식탁 위로 뛰어 올라가고 내 머리카락을 뒤에서 잡아 뜯을 정도로 힘을 차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 혼내지 말아야지, 역시 건강하게 살기부터 해야지, 했는데, 몇 시간도 안 되어 다시 "제발 그만 말 좀 들어..."라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안심한 한편, 마음이 무거웠다. 목숨이 너무 무겁고 무섭다. 이럴 줄 알면서도 들인 생명이지만, 역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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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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