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2월 9일 일요일

일상 2014.02.10 01:45 |
제목을 7일이라고 썼다가 9일로 고쳤다. 이렇게 정신없이 삶이 흘러간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일기를 쓴다.

첫 문단을 쓰고 나니 막막하다. 타인의 삶, 그것도 부정적인 경험이나 격한 감정이나 비밀스런 일들과 얽힌 생활이 계속되다보니 일기를 쓸 수가 없다. 느끼는 감정은 구체적이지만, 그 감정의 맥락을 구체적으로 남기지 못하겠다. 불특정 다수가 나중에라도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쓰기가 무섭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은 많이 한다. 특히 동진님에게.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혼자 따로 일기라도 쓰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은 가끔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마감과 지면이 있어야 시늉이라도 할 것 같다.

사무직 정장을 잔뜩 샀다. 블라우스, H라인 치마, 점잖은 자켓들. 갑오년 목표는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것이다. 삼 년 차가 되어서야 이런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는 목표 달성 중. 내 취향에 맞는 옷을 골랐더니 꽤 입는 재미가 있고, 생각만큼 불편하지도 않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내면에 가진 힘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실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자신도 모르는 어떤 강인함이 있다. 내 안에는 딱히 그런 힘이 없는 것 같지만, 또 모를 일이다. 나는 내가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경찰이 교통을 다 막은 한적한 길을 한밤중에 몇십 분씩 걸어가며 경찰서에 갈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그래도 이 정도가 최대치가 아닐까 싶긴 하다).

타인의 어리석은 판단에 답답해 하고 무례한 예비소비자(?)에 짜증을 내다가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힘들 앞에서 가끔 놀라고 부끄러워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그렇게 나이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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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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