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나는 사무실에서 깜박잠도 자지 못하고 밤을 샜었다. 토요일에도 밤을 샜고 일요일에도 열한 시까지 일을 했었다. 급한 일들은 마무리를 했지만 어쨌든 너무 피곤했는데, 법률구조사건 의뢰인과의 약속이 오전에 있어 한 숨 돌리지 못하고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법률구조사건이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변호사가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줄 의사가 있는 변호사에게 연결하고 실비를 지원해 주는 공익사건을 말한다. 의뢰인의 신청서에는 오랜 기간 함께 살았으나 등을 돌린 남편에 대한 분노와 피로가 가득했다. 하지만 맡겠다고 했다. 변호사가 필요한 종류의 일이었다.

그런데 약속시간 직전에, 의뢰인으로부터 30분 정도 늦겠다는 연락이 까톡으로 왔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쪽잠이라도 20분 정도 잘 수 있었다. 울컥 짜증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처음 그 분이 들어오셨을 때, 웃으며 찾아오느라 고생하셨죠, 괜찮아요. 라고 했다.

이혼하고 한 번도 아이들 양육비를 못 받아 변호사가 필요해진 분이었다. 전화도 인터넷도 끊겨 무료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연락이 되다보니 까톡으로 늦게 말해 미안하다 하셨다.

한 숨 참고 생각하면, 사람 다 자기 사정 있기 마련이다. 들어 드렸고 울고 가셨다. 마지막에 좋은 기운을 받게 변호사님 손 한 번만 잡아 보아도 되냐 하시기에 몸을 당겨 꼭 안아 드렸다. 늦게 오셨네요, 로 말을 시작하지 않았으니까, 변호사 만났으니 이제 거의 다 온 거예요, 그동안 용감하게 고생하셨어요, 라고 귓가에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역시, 이런 식으로 힘을 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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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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