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12월 15일

일상 2002.12.15 23:2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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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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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소리에 늘상 예민하게 반응하는 편이다. 대체로 사람들이 싫어하는 각종 소음들-못 치는 소리, 납땜 소리, 손톱으로 칠판 긁는 소리- 도 싫어하지만, 내가 도저히 참지 못하는 소음은 다름아닌 시계소리이다. 벽시계, 자명종, 손목시계, 무엇이든 마찬가지이다. 아날로그 시계에서 나는, 톱니바퀴가 맞물려 돌아가는 삐긋대는 소리를 들으면 온 신경이 곤두서면서 더 이상 듣고 있을 수가 없다. 시계소리가 귀에 들리는 순간, '똑딱똑딱 노땡큐~'를 외치며 어떻게든 시계의 가청 범위에서 벗어나려 발버둥친다.

이 것은 새삼스런 일이 아니다. 어린 시절 어느 순간부터, 나는 내 방에 걸린 시계를 견뎌내지 못했다. 잠을 제대로 잘 수 없어서 까치발을 하고 시계를 벽에서 떼어내어 방 밖에 놓아두기 도 하고, 탁자나 책상 위에 놓인 자명종에서 나는 똑딱소리에 한 손을 뻗어 건전지를 빼 버리기도 했다. 다른 사람 방에 누워 있다가도 그렇게 해 버린 일이 있다. 동생 책상에서 공부하겠다고 갔다가 시계 소리가 시끄러워서 그냥 내 책상을 청소하고 쓴 것은 바로 그제의 일이다. 내 방에 있는 벽시계는 두꺼운 유리로 가로막힌 뒷베란다 벽에 걸려 있다.(그렇지 않다면 시계를 아예 걸지 않았으리라.) 나는 유리창 너머로만 시간을 본다. 자명종은 휴대폰과 PDA의 알람 기능이 대신한다.

윗 줄까지 쓰고 잠시 가만히 앉아 있는데, 고물 컴퓨터가 조용해지자 갑자기 시계 소리가 들린다. 주변을 살피니 컴퓨터 뒤에 웬 탁상 시계가 놓여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이 소리가 크지 않은 걸까? 고막을 쩌렁쩌렁 울리고 뇌를 흔들지 않는 걸까? 윗집에서 쿵쿵대는 소리보다도, 어설픈 아랫집 아이의 피아노 소리보다도 나는 시계소리가 더 싫다. 시계 소리도 들리지 않고 조용할 수 없다면 시계 소리가 묻힐 정도로 시끄러운 편이 차라리 낫다.

갑작스레 이런 괴팍한 신경증 이야기를 쓰는 것은 오늘이 과외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학생의 방에는 무슨 내과에서 준 평범한 벽시계가 걸려 있는데, 대단히 시끄럽다. 아무리 보아도 그야말로 보통 시계건만 조용한 방에서 조용하게 수업을 하기 때문인지 내게는 엄청나게 큰 소리로 들린다. 듣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정신을 차려보면 그 쿵쾅쿵쾅 하는 소리에 신경이 바짝 곤두 서 있다. 그렇다고 저 시계 좀 치우자거나, 똑딱거리는 게 시끄럽지 않니, 라고 하려니 아무리 보아도 오버다. 시계가 문제가 아니라 내가 문제인 것이다. 내 방에서야 어떻게든 조용히 살 수 있지만 남의 집에 가서 시계를 뜯어내고 살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하니 온 세상의 시계가 쿵쾅거리는-똑딱거리는- 모습이 연상되어 아찔하다.

어쨌든 오늘도 나는 간다. 시계와 싸우러. 전투의 무기로 부정사와 동명사 프린트를 준비한다. 열심히 말하는 동안엔 내과 시계를 무시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하니까.

.....그나저나 컴퓨터 뒤에 있던 이 시계는 왜 건전지가 안 빠진담. 그냥 저 쪽 방 안에 넣어두고 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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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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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님과 서머셋에 점심을 먹으러 갔다. 머리 감고 자느라 많이 늦어버렸다. *흑흑 죄송해요*

점심은 아주 맛있었다. 식사도 정갈하고 분위기도 좋아서 장소를 기억해 놓으려고 애썼는데, 이리저리 가는 사이에 길이 뒤죽박죽이 되었다. 그리고 에구찌에 케익을 사러 갔으나 이전했기에 그냥 미고에서 사들고 허형만 커피집에 갔다. 커피수업 중급반을 들으시는 동진님께서 직접 핸드드립을 하셨다. 음.....멋졌다. 매일 연습하신단다.

오랜만에 동진님이랑 만나서 정말정말 기뻤다. 얼른 기말고사가 끝나서 영화도 보러 가고 음악회도 가고 싶다. 열심히 공부해야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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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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