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8월 5일 금요일

일상 2016.08.05 19:31 |

동진님의 퇴근을 기다리며 쓴다.


이번 여름휴가는 후쿠오카로 다녀왔다. 가까운 곳에서 여유롭게 쉬고 오는 계획이었다. 수요일 즈음에 포켓몬고를 다운로드 받았다. 그리고 포켓몬고를 열심히 했다. 재미있었다. 동진님을 종일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와타야 백화점에서 하루 반 정도를 보냈다. 동진님의 옷을 많이 사고, 구두도 두 켤레 샀다. 내 옷도 여러 벌 샀다. 평소에는 쇼핑이 괴로웠는데, 둘이 함께 하니 쇼핑도 데이트처럼 느껴져 즐거웠다. 역시 여러 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분기에 한 번 정도는 할 만 할 듯. 지난 두어 달 사이에 옷을 정말 많이 버렸다. 자주 입지 않는 옷들, 앞으로 안 입을 것 같은 옷들. 온라인 쇼핑의 실패작들. 옷은 입어 보고 사야 하는데, 몸이 그럭저럭 표준 사이즈라고 온라인에 의존해 살았더니 어정쩡하게 자리만 차지하는 옷이 참 많았다. 


이렇게 입어 보고 사야지, 하고 생각을 해 놓고 지난달에 또 온라인으로 원피스를 한 벌 샀다. 사이즈가 너무 컸다. 고민하다 그제 수선집에 맡겨 품을 줄였다. 어제 찾아와 입어 보았다. 입고 벗기가 불편해졌지만 대신 허리와 가슴은 맞아 벙벙한 느낌은 좀 줄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엉덩이 부분이 어쩐지 붕 뜨며 안 예쁘다. 다시 수선하면 나아질까? 애당초 수선하지 말고 번거로워도 반품을 하는 편이 나았을까(하지만 배송대행지를 통한 해외구매라서 번거로웠다)? 그냥 입을까? 구매를 후회하지 않으려고 애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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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다시 쓰기로 했다. 그새 휴먼 계정으로 전환되는 바람에 계정을 도로 살리느라 애를 먹었다. 2000년에 블로깅을 시작했고, 여기에는 그 중 십여 년의 기록이 남아 있다. 


'친구'나 '팔로워'로 독자를 제한하고 조심스레 글을 쓰는 편이 안전한 시대다. 짧은 글이 쉬 읽히는 시대다. 그렇지만 그냥, 돌아오고 싶어졌다. 몇 가지 검색어로, 여섯 페이지 정도의 글을 비공개로 돌렸다. 


좋은 글을 쓰는 작가이고 싶다. 하루를 되돌아보고, 오늘 한 일이 있었다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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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4일 목요일 

지난 금요일 밤에 이상헌 박사님 댁에 이강영 교수님, 김영균 교수님이랑 초대받아 박사님 내외와 호화로운 저녁을 먹었다.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가 
저: 남편이 아침 차리고 깨워주면 먹고 다시 누우면 남편이 치워주고... 
일동: (...) 
나: 어 저, 저도 남편이 좋아하는 거 해줬어요! 
ㅇ님: 뭘 해주셨는데요?
나: 어...저하고 결혼하고 싶다고 하길래 결혼해줬어요! 

2015년 7월 8일 수요일 

동진님: 제이님, 그거 알아요? 
나: 몰라요. 
동진님: 나는 제이님이랑 결혼해서어어~ 
나: 응. 
동진님: 제이님의 남편이라는 스테이터스를 얻었지. 음핫핫핫! 

2015년 7월 18일 토요일 

(옛날 얘기 하다가)
동진님: 아아~제이님 참 오래 알았다. 
나: 그러게. 동진님은 저 만나기 전엔 뭐 했어요? 
동진님: 제이 만날 준비를 했어요. 제이님은 뭐 했어요? 
나: 전...열심히 자랐어요. 
동진님: 응. 그런 것 같아. 아이고 잘 자랐다~ 

2015년 8월 1일 토요일 
 1 
나: 동진님 동진님 저 그거 먹고 싶어요. 그거...이름은 생각이 안 나는데요, 
동진님: 앙미츠요? 
나: 헉!!!!!!! 어케 알았어요????? 
동진님: 우린 부부니까~알지~ 

좀 놀랐다. 0ㅁ0 

나: 동진님 수염 기르니까 멋있다. 그런데 돌아가면 면도 해야 하죠? 동진님이 면도 안 해도 되는 곳에 살고 싶네요. 어디로 가면 좋을까. 
동진님: 안동. 
나: ... 
동진님: 죄송합니다! 
나: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일단 웃고) 동진님, 제가 동진님이 하는 말에는 다 웃어준다고 아무 거나 막 던지면 된다, 안 된다? 
동진님: 죄송합니다. ㅠㅠ 

2015년 8월 15일 토요일 

3주만에 운동을 했더니 오늘 아침부터 시간차 근육통 때문에 엄청 힘들다. 오전에는 팔이 아프더니 지금은 하반신 근육도 존재 어필중이다. 동진님이 마사지를 해 주었다. 

나: 으어어어어으어어어어ㅓㅇ어어어 
동진님: (열심히 마사지를 하며) 그러게 평소에 남편한테 잘 했어야지. 
나: 으어어어어 으어어어어ㅓㅇ 죄송합니다아어어ㅓㅏ 
동진님: 괜찮아요. 잘 했어요. 
나: 제가 뭘 했는데요? 으어어ㅓ어ㅓㅓ 어으어ㅓ어어 
동진님: 존재했어요. 

쬭쬭! 

2015년 9월 17일 목요일 

동진님: 제이님 저 좋아해요? 
나: 응, 좋아해요. 
동진님: 이렇게 부족한 점이 많은데도? 
나: 동진님에게 부족한 점이 있는 거랑 동진님을 좋아하는 마음은 별개예요. 
동진님: >_< 아잉~ 
나: 부족한 점이 있는 건 있는 거고요. 둘은 상관관계가 없어요. 
동진님: ...역시 가차 없는 제이님. 
나&동진님: ㅋㅋㅋㅋ ㅋㅋㅋ ㅋㅋㅋㅋ 

2015년 9월 21일 월요일 

나: (커크를 보며) 아유 귀여워. 커크랑 사는 거 좋아. 
동진님: 커크랑 제이님이랑 사는 거 좋아요. 제이님 없었으면 어떻게 살았을까. 
나: 음...다르게? 
동진님: ...그야 그렇겠네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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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키우면 밤에 숙면을 취하기가 어렵다. 고양이는 야행성이기 때문이다. 보통 밤 11시-1시, 새벽 4시-6시 경에 많이 움직인다 (출처: 일본 동물정보방송). 울기도 하고 혼자 장난감을 물고 뛰어다니기도 하고 같이 사는 사람 몸도 탄다. 우리집 고양이는 밤에 나나 동진님 가슴 위에 올라와 자리를 잡고 기분 좋을 때 내는 골골 소리를 낼 때가 많다. 우리 부부는 '가슴냥'이라고 부르는 상태다. 

여하튼 그래서 고양이를 키우고부터는 자다가 중간에 깰 때가 많고, 아무래도 그렇게 설풋 잠을 깨면 깬 김에 화장실을 가거나 물을 마시거나 동진님과 서로 끌어당겨 포옹을 한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면 동진님하고 밤에 커크 때문에 깬 이야기를 하곤 한다. 

동진님: 어젯밤엔 커크가 어쩐지 가슴냥을 많이 해 줬어요. 
나: 응, 저한테도 두 번인가 올라왔던 기억이 나요. 
동진님: 저한테는 네 번이나 올라왔어요. 
나: 우와 좋았겠다...그리고 우리 포옹도 했어요. 
동진님: 응. 기억 나요. 제이님이 나한테 꼬옥꼬옥 하자고 했어. 
나: 응. 근데 제가 동진님 가슴에 침을 너무 흘려서 그냥 그만 했어요. 
동진님: 어 그랬어요? 그건 기억 안 나는데. 
나: (으아...괜히 말했다.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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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9월 1일 화요일

일상 2015.09.02 16:38 |

지난주 금요일부터 강원도에 있는 이다 님 댁에 며칠 묵었다. 아스님, 이다님께 신세를 지며 단편집 교정지를 보았다. 이다님 댁 정말 좋다. 두 분과 함께 지내는 것도 좋고. 그 근처에 작은 집을 짓고 싶다.


교정지 검토는 예상보다 훨씬 힘들었다. 본래 월요일에 서울에 돌아오려고 했으나, 월요일 아침까지 원고를 다 보지 못해 서울로 출발하지 못했다. 원고는 월요일 늦은 밤에야 다 봤다.


화요일 새벽에 엄청난 두통 때문에 깼다. 생전 처음 경험하는 고통이었다. 잠과 통증으로 정신을 못 차리며 가방에서 타이레놀을 하나 꺼내 먹고 도로 누웠다. 어찌저찌 잠들었다가 아침에 다시 일어났다. 두통은 여전했다. 이번에는 나프록센을 먹어 보았다. 그다지 나아지지 않았다. 버스를 탈 엄두도 나지 않아 누워 있다가, 오후에 서울로 출발했다. 


서울에 오자마자 병원에 갔더니 최근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는지 물어보시고(...) 긴장성 두통일 가능성이 높다며 일단 근육이완제 등을 처방해 주셨다. 만약 약을 먹어도 나아지지 않거나 한쪽 시야가 흐리면 바로 3차 병원에 가야 한다고 하셨다. 약을 먹었더니 다행히 통증이 서서히 가라앉았다. 동진님이 목과 머리를 열심히 마사지해 주었다. 화요일 밤에는 그래도 아파 잘 자지 못했지만, 2일 수요일에는 그럭저럭 나아져 새벽에 출근해 일을 했다.


두 번 하고 싶지 않은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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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8월 2일 일요일

일상 2015.08.05 16:29 |
집에 돌아왔다. 8일동안 동거인들 없이 지낸(그 동안에는 친정 부모님께서 우리 집에서 묵으며 고양이를 돌보아 주셨다) 고양이는 빼애애액 빼애애액 큰 소리로 울었다. 자꾸자꾸 울었다. 밤에도 울고 새벽에도 울었다. 큰 소리로 울다가 나나 남편이 자기를 쳐다봐주면 뚝 울음을 그치기를 계속했다. 고양이가 울어서 잠을 거의 못 잤다. 우리가 움직이면 어찌나 옆으로 열심히 따라오는지, 밟을 뻔 했다. 

낮. 고양이는 이제야 좀 진정이 되었는지 내 옆에 몸을 딱 붙이고 잔다. 내가 몸을 조금 움직이면 앞발을 뻗어 자기도 옆으로 바짝 붙는다. 조금 전에는 색색 꿈틀꿈틀 자다가 갑자기 "냐랋랋"하고 작게 울더니, 내 몸 위로 올라왔다. 내 얼굴을 맹렬히 핥고 몸 여기저기를 앞발로 꾹꾹 누르더니, 다시 옆으로 내려가 도로 쿨쿨 잔다. 닝겐들이 없어지는 꿈이라도 꿨나 싶다. 심통이 나면 똥오줌을 싸는 고양이도 있다고 들었는데, 우리집 고양이 커크는 이렇게 섧게 섧게 울기만 하고 아무 사고도 안 치고 가만히 누워 있다. 

작년, 우리 부부가 열흘 휴가를 갔을 때에는 처음 이틀 하고 한나절은 밥을 하나도 안 먹고 문 앞에서 계속 울었다고 한다. 너무 울기만 하니까 고양이의 건강이 걱정된 나의 어머니까지 앓아 누우시는 바람에; 내 동생까지 교대로 우리집에 출동하고 난리가 났었다. 잠깐 방에서 나와 이 글 쓰고 있는데 고양이가 앵 하고 또 울면서 나와, 내가 있는 것을 보더니 옆에 발라당 배를 까고 눕는다. 고양이 한 마리, 거둔 목숨이 이리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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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전 처음 인터넷 방송이란 걸 보겠다고 폰을 붙잡고 좌충우돌 하다가 겨우 다음티비팟이라는 앱을 깔고 마리텔이라는 방송에서 하는 종이접기 선생님 프로그램 시청에 성공했다. 

이게 뭐라고 보면서 계속 울었다. 나는 알아서 끼니를 차려먹고 치워야 하는 어른인데 인터넷 방송을 보느라 저녁을 못 먹어 밤 열한시에 냉동만두를 찾아내 구워 눈물을 줄줄 흘리며 먹었다. 나는 유년시절에 대해 그리움도 아쉬움도 딱히 없으니, 추억 때문에 운 것은 아니다(아마도...). 그 세대라 궁금하고 반가워 방송을 틀었을 뿐이다. 그러나 수십 년 간 한 가지를 계속하는 일, 위로하고 위로받는 일, 괜찮다거나 잘했다는 말이 주는 힘, 내 안에 있는 어린 나를 어렴풋이 느끼며, 휴지로는 감당이 안 되어 수건을 부여잡고 식탁 앞에 앉아 한참을 큰 소리로 엉엉 울었다. 

그리고 세수를 하고 후라이팬과 가스렌지의 기름을 잘 닦고 고양이에게 물과 밥을 주고 내일 아침에 잊지 말아야 할 자료를 챙기고, 내일도 살기 위해 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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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7월 3일 금요일

일상 2015.07.06 16:30 |

올해 가을에 출판하기로 한 전작단편집이 한국출판문화진흥원의 우수출판콘텐츠 지원대상에 당선되었다. 당선작 출판 시한이 있으니 책도 확실히 제때 나올 터이고, 얼마나 많은 독자들이 읽어주실지 알 수 없는 책인데 출판사에 출판상금이 지급된다는 점도 좋다. 


글빚이 많은데 벌써 한 해가 반이나 지났다. 나머지 반 년 동안 얼마나 쓸 수 있을까. 쓸 수 있다면 좋겠다. 


http://www.kpipa.or.kr/intro/newsView.do?board_id=1&article_id=40563&pageInfo.page&type_id&search_cond&search_text&list_no=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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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월 4일 일요일

일상 2015.01.04 06:53 |

한국의 평범한 며느리의 본분에 충실하여(?) 가끔 시댁에 대하여 이러쿵저러쿵 궁시렁거리지만, 사실 나는 시부모님을 무척 존경한다. 시부모가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존경하는 부분들이 있다. 아버님을 존경하는 이유도 있고 어머님을 존경하는 이유도 있다. 남편과 달리 내가 선택한 가족이 아니지만, 다행스럽게도 두 분을 좋아하고 존경하는 이유를 너댓 가지 정도는 쉽게 떠올릴 수 있다. 소설가인 아버님에 대해서는 기본적으로 선배 문인을 마주할 때의 존경심이 있고, 통상 민감하고 날 선 데가 있기 마련인 글 쓰는 사람과 평생을 살아오신 것만으로도 이미 어머님은 존경스럽다(음, 같은 이유에서 내 남편도 존경한다).


그러나 작가 얘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오늘은 내가 어머님을 존경하는 이유 중 종교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아 민감한 주제! 


나는 신을 믿지 않는다. 안 믿어져서 안 믿는다. 별다른 종교색이 없는 집안에서 자랐고, 영적 체험을 한 적도 종교적 사회집단에 속한 적도 없다. 신이나 윤회 같은 초월적 존재 내지 현상을 믿는 이들을 여전히 가끔 신기하게 생각하긴 하지만, 존중하고, 가끔은 그러한 믿음이 있기에 가능한 용기들에 경외감을 느끼고 그러한 믿음이 필요한 상황을 연민하기도 한다. 그 정도이다.


나를 제외한(?) 시댁 식구들은 첫째 며느리인 형님까지 포함하여 모두 개신교인이다. 모두 초대형 교회를 오래 다녔고, 사회생활의 중심도 교회에 있다. 남편은 모태신앙이라면 모태신앙이나, 본인이 종교적 체험을 하였고 신앙을 선택했고 신을 믿는다고 나에게 말한 적이 있다. 남편이 친구라고 하면 기본적으로 다 교회 친구이고, 대학부 친구 중 삼분의 일 이상은 목사님이다. 시아주버님, 즉 남편의 형은 형님(남편의 형수님)이 다니는 모 초대형교회에서 결혼을 했다. 당시 시부모님은 무척 아쉬웠지만 둘째인 남편이 소속 교회에서 결혼을 하면 될 테니 하고 양보(?)를 했다고 한다.


그런데 어쩌나...둘째아들이 다른 교회를 다니는 아가씨도 아닌 철학과에서 니체의 반그리스도론으로 졸업논문 쓰는 무신론자를 만나 버렸어...


결혼 이야기가 오갈 때, 시어머님과 나의 어머니가 만난 적이 있다(고 한다. 사실 나는 사랑놀음에 빠져 결혼준비 때 뭘 어떻게 했는지 거의 기억도 안 난다). 예비 사돈들끼리 이런저런 실무(?)를 조율하는 자리였던 모양이다. 어쨌든 그때, 나의 어머니는 우리 소연이는 결코 교회에 다닐 아이가 아니고 싫은 일을 참고 할 수 있는 아이도 아니니 결혼 후에 시댁에서 소연이에게 같이 교회에 다니자는 말씀만은 하지 않겠다고 약속을 해 달라고 부탁하셨다 한다. 뒤에 들은 말이니 정확히는 모르지만 어쨌든 교회에 억지로 데리고 가지 말아 달라는 말이었다. 그리고 시어머님은 고민을 하시다가, 결단한 얼굴로 알겠다, 약속한다, 라고 하셨다 한다.


그리고 결혼 6년차가 되는 지금까지 정말로 시부모님은 나에게 단 한 번도 교회에 가라거나 교회가 좋다거나 같이 가 보자는 말씀을 하신 적이 없다. 결혼하고 사 년 정도 지나서인가, 내가 자발적으로 남편의 예배에 따라가 본 적은 있다(그리고 예상대로;; 그것이 처음이자 마지막 자발적 시도였고, 나는 내 안의 신의 부재를 확인하고 돌아왔다). 


나는 교회를 다니지 않지만, 한국에서 교회, 특히 시부모님이 다니는 것과 같은 대형 교회는 총체로서의 신앙이기 이전에  하나의 독립된 사회이고 어떤 내부의 룰이 있다는 점은 막연히 알고 있다. 수십 년을 충실히 교회에 다녔는데 결국 자식을 그 교회에서 결혼시키지 않고, 며느리를 전도하지 못한(?) 시부모님의 자리가 편치만은 않으리라고도 생각한다. 신앙이 있는 사람이 그 위대함(?)을 모르는 사람, 그것도 반 세기쯤 나이차이가 나고 사회적으로도 고부간이라는 권력관계가 명확한 아랫사람에게 "이게 좋은 거니 같이 하자"라고 말 한 번 안 꺼내기란 정말로 어려운 일일 것이다. 


그러나 어머님은 지금까지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하셨고 지키셨다. 시댁에선 나 외에는 모두 교회를 다니니 시댁 가족 모임은 예배시간이 끝난 후 교회 근처에서 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근처 온 김에 교회 한 번 들르라는 말씀을 하신 적조차 없다. 


나는 이 점에서 어머님의 인격을 정말로 존경한다. 약속을 했으니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말을 삼키신 순간들이 분명히 있었을 것이다. 칠십 년 넘게 사신 어르신이다. 이제 내 나이에는 내키는 대로 해도 그만이라 생각하실 연세이고, 사실 그러셨어도 나는 기분이 나빴을 뿐이지 어찌할 수 없었으리라. 그런다고 내가 교회에 가지는 않았겠지만 어머님 입을 막을 수도 없다. 그래도 같이 가자, 말씀을 않으신 어머님의 그 곧은 면을 좋아한다. 내가 나이 칠십이 넘어 어머님처럼 본인의 말을 지킬 수 있을까, 잘 모르겠다. 


그런 어머님께서 교회 실버부에서 수필집을 냈으니 읽어 보라며 책을 한 권 주셨다. 결혼생활, 인생 회고, 자식 자랑, 손주 얘기 등 주제별로 교인들이 쓴 글을 모은 자가출판물이다. 어머님은 글을 잘 쓰신다. 내 어머님이라서 하는 말이 아니라 실로 단연 돋보이는 솜씨이다. 조금 더 늦게 태어나셨다면 작가가 아니라도 관련 일을 계속 하셨을 텐데 아쉬운 재능이다, 하고 어쩐지 며느리가 아니라 제3자의 시선으로 읽는데, 마지막 글로 가족에게 쓴 예비 유언장이 나왔다. 둘째며느리에게, 라는 소목차 밑에는, 남편 홀로 외로이 교회 다니게 하지 말고 동행하거라, 하고 쓰여 있었다.


약속대로 말씀은 안 하시되, 유언장이라는 치트키를 땡겨 글로 쓰시다니! 푸헝헝 웃으며 남편에게 "마지막 글 봤어요?" 하고 물었더니 앞 말을 생략했지만 알아들은 듯 헛헛 마주 웃으며 "응, 봤어요." 한다.


나는 남편과 어머님을 통하여 개신교인들을 더 존경하게 되었고, 종교에 조금 더 유연해졌다. 그리고 언젠가, 이왕이면 가능한 한 먼 미래에, 어머님께서 땡겨 쓰신 이 반칙같은 유언장을 떠올리며 우는 날이 올지도 모르고, 여전히 신을 믿지 않지만 어머님을 생각하며 일 년에 한두 번 쯤은 교회에 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지금은,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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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마지막 일정. 씨앤앰 통신비정규직 노동자 고공농성이 끝난 날. 승리를 축하하고 연대에 감사하고 남아있는 투쟁현장들을 하나씩 불러보고, 울고 웃으며 두 분이 가족과, 땅과 살아 다시 만나시는 모습을 보며 올해를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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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학교 가서 패널 토론 하고 저녁에는 노동위 송년회. 겸손해지는 자리였다. 보고 따라갈 수 있는 선배님들이 계신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십 년 뒤, 이십 년 뒤의 나를 상상하고, 내 그릇을 돌아보고, 작게 뭉친 나를 오래 굴리는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다. 무엇보다도 낮추고, 낮추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조금씩 계속. 내년에는 지금 여기에서 아주 조금 더 나가 있기를. 조금 더 낮은 곳에서. 조금 더 용감하기를. 


2014년이 끝나간다는 실감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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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면허 도로주행시험에 합격했다! 후, 힘들었다.

어서 내 힘으로 운전할 수 있기 위해 당분간 주말마다 도로연수를 꾸준히 받을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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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9월 5일 금요일

일상 2014.09.05 21:11 |




2년 만에 신작을 썼다. 소백산천문대에서 쓴 글이다. 마감이 있어야 쓴다 하지만 마감이 있다고 글이 나오란 법은 없다. 솔직히 말하면 안도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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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6일부터 26일까지 여름휴가를 다녀왔다. 덴마크와 노르웨이. 푹 쉬었다. 돌아온 한국은 여전히 전쟁터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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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으나 최근 몇 달 사이에 급격히 체중이 줄었다. 작년에 허리를 수선해 맞추었던 여름 정장 바지가 너무 커져 다시 수선집에 맡기면서도, 만나는 사람들마다 살이 빠진 것 같다거나 안색이 좋지 않아 보인다는 말을 해도 실제로 나 자신은 변화를 잘 눈치채지 못하다가, 지난달 말에 아무래도 이상한 느낌이 들어 체중계에 올라 보고 비로소 깜짝 놀랐다. 거의 10여년 간 체중의 변화가 없던 몸이다. 항상성이 높은 몸이라 괜히 운동을 하느니 이대로 가만히 있는 게 낫다는 농을 치곤 했는데, 이제 그러지도 못하겠다.

봄에 꽤 무리를 했고,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 제대로 못 먹고 일은 많이 하다 보니 이 지경이 된 것이 아닌가 싶긴 한데, 일단 체중이 10%이상 줄었다는 알고 나니 그때부터 겁이 나고 왠지 몸이 아픈 것 같아 안절부절 못 하고 있다. 양가 부모님께 도움을 청했고, 최대한 빨리 건강검진을 받으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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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2012년에 문지 인문예술잡지 F에 실었던 소설을 다시 읽었는데, '헉, 내가 이런 글을 썼다니;;' 하고 무척 놀랐다. 지면과 테마에 맞추려고 노력을 했던 기억은 있지만, 유독 톤이 다른 글이라.

내가 지금까지 살면서 유일하게 소위 직장인 생활을 하던 때(민변 사무처에서 6개월을 보내던 시기였음)여서인지, 다른 분야의 공연을 보고 쓰라는 테마가 주어져 다른 예술가의 영향을 받았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2. 올해로 프로로 글 쓴지 딱 10년이 되었고, 재작년 이후 계속 아무 이야기도 만들어내지 못했었다. 바쁘기도 했지만 바빠서 못 한 게 아니라 시도했으나 쓰지 못했다. 그래서 아, 작가로서의 나는 한 시기를 끝낸 것인가, 그렇다면 지금까지 쓴 글을 갈무리해 두어야 할까, 앞으로는 무엇을 하지, 같은 생각을 가끔 했다.

그런데 이번에 소백산 천문대에서 이 년 여 만에 새 글을 썼는데, 지금까지와 별로 달라진 데가 없는 것 같아 또 당혹스러웠다. 사무실만 벗어나면 괜찮았던 걸까? 거리감과 공백이 필요했던 것 뿐일까? 지금의 내 생업은 사실 내 글과 별로 관련이 없는 걸까? 앞으로도 그럴까?

내가 글을 쓰려면 진공을 필요로 하는 타입인 반면, 생업은 타인의 감정을 끊임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생업도 엄연히 글 쓰는 일이고 심지어 그 글 쓰는 일도 꽤 즐겁게 하고 있는데 어찌 된 영문인지 당혹스럽다.

3. 결국, 쓸 수 있으면 쓰고 싶은 것이다. 나도. 내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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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천문대 워크숍에 다녀왔다. 이런 공간적 분리가 절실히 필요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앞으로도 소진되지 않고 맨정신으로 살려면 몇 달에 한 번은 서울을 잠시 떠나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소백산 천문대에 들어가고 하루가 지나자 '나'라는 사람이 사는 것 같은 감각이 돌아왔다. 동종업계인이나 의뢰인이 아닌 사람들을 만나고 그 대화에 몸을 맡겨 본 것도 실로 오랜만이었다.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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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나는 사무실에서 깜박잠도 자지 못하고 밤을 샜었다. 토요일에도 밤을 샜고 일요일에도 열한 시까지 일을 했었다. 급한 일들은 마무리를 했지만 어쨌든 너무 피곤했는데, 법률구조사건 의뢰인과의 약속이 오전에 있어 한 숨 돌리지 못하고 그대로 버티고 있었다. 법률구조사건이란 대한변호사협회에서 경제적으로 어렵지만 변호사가 필요한 사람들을 도와줄 의사가 있는 변호사에게 연결하고 실비를 지원해 주는 공익사건을 말한다. 의뢰인의 신청서에는 오랜 기간 함께 살았으나 등을 돌린 남편에 대한 분노와 피로가 가득했다. 하지만 맡겠다고 했다. 변호사가 필요한 종류의 일이었다.

그런데 약속시간 직전에, 의뢰인으로부터 30분 정도 늦겠다는 연락이 까톡으로 왔다. 조금만 더 일찍 알았다면 쪽잠이라도 20분 정도 잘 수 있었다. 울컥 짜증이 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그래도 처음 그 분이 들어오셨을 때, 웃으며 찾아오느라 고생하셨죠, 괜찮아요. 라고 했다.

이혼하고 한 번도 아이들 양육비를 못 받아 변호사가 필요해진 분이었다. 전화도 인터넷도 끊겨 무료와이파이가 되는 곳에서만 연락이 되다보니 까톡으로 늦게 말해 미안하다 하셨다.

한 숨 참고 생각하면, 사람 다 자기 사정 있기 마련이다. 들어 드렸고 울고 가셨다. 마지막에 좋은 기운을 받게 변호사님 손 한 번만 잡아 보아도 되냐 하시기에 몸을 당겨 꼭 안아 드렸다. 늦게 오셨네요, 로 말을 시작하지 않았으니까, 변호사 만났으니 이제 거의 다 온 거예요, 그동안 용감하게 고생하셨어요, 라고 귓가에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역시, 이런 식으로 힘을 내자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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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커크가 바퀴벌레를 가지고 노는(?) 잡는(?) 충격적인 장면을 목격했다. 자려는데 밖에서 커크가 너무 시끄러워서 뭐 하나 하고 안경 안 쓰고 나갔다가 "스크래처에 붙은 이게 뭐지?"하고 바퀴벌레를 손으로 잡았다. ㅜㅜㅜㅜㅜㅜㅜㅜ

1. 우리집에 바퀴벌레가 있다니?!
2. 커크가 바퀴벌레만큼 빠르다니?!

조금 지켜보다가 휴지로 바퀴벌레를 잡아 변기에 버렸다. 그러자 장난감을 빼앗긴(?) 커크는 온 거실을 뛰어다니기 시작했다.

새벽 두 시에 총체적 멘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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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1일 목요일

일상 2014.05.01 14:16 |
아래 일기가 두 달 전 일이라니 믿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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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조한 기록의 행간에 보이는 사정에 말문이 막힐 때가 있다.

나이 칠십 노인의 주민등록초본, 남편을 먼저 보내고 기댈 곳 없어진 노인이 환갑 넘고 거의 해마다 이리저리 이사 다닌 기록이 빼곡하다. 그 나이 노인이 홀로 이삿짐을 싸고, 풀고, 다른 집을 알아보고, 다시 짐을 싸고, 풀고, 일 년 겨우 살고 또 다음 집을 구하고, 다시 이삿짐을 싸고...괜히 그 모습을 그려 보아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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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렌이 한국에 왔다. 새벽 비행기라 나도 새벽부터 일어나 공항에 마중을 갔다. 한국은 선불 유심이 흔치 않으니 만약을 대비하여 선불휴대폰도 하나 개통해 두었다. 휴대폰이 안 되면 정말 불편할테니까.

저녁에는 불고기와 전을 먹었는데, 수렌이 젓가락을 잘 쓰지 못하리라는 점을 미처 생각치 못하여 실패...

화요일 점심 때쯤 수렌을 대학에 데려다 주고 나도 출근했다. 내가 말 안 통하는 이국에 홀로 유학을 간다면 남이 나에게 해 줬으면 싶은 대로 하였는데 도움이 된 것 같아 다행스러웠다.

특히 휴대폰은 준비가 번거로웠지만 아무래도 필요할 것 같아 챙겼는데, 수렌이 3월 초에 이제 외국인 등록증을 받았으니 유심을 돌려주겠다고 연락하며, 유학생 그룹에서 휴대폰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자신 뿐이어서 자기 뿐 아니라 그룹의 다른 유학생들에게도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하여 무척 기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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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2월 9일 일요일

일상 2014.02.10 01:45 |
제목을 7일이라고 썼다가 9일로 고쳤다. 이렇게 정신없이 삶이 흘러간다. 마음을 가다듬기 위해 일기를 쓴다.

첫 문단을 쓰고 나니 막막하다. 타인의 삶, 그것도 부정적인 경험이나 격한 감정이나 비밀스런 일들과 얽힌 생활이 계속되다보니 일기를 쓸 수가 없다. 느끼는 감정은 구체적이지만, 그 감정의 맥락을 구체적으로 남기지 못하겠다. 불특정 다수가 나중에라도 볼 수 있는 곳에 글을 쓰기가 무섭다. 주위 사람들에게 말은 많이 한다. 특히 동진님에게. 그렇게 하루하루가 흘러간다. 혼자 따로 일기라도 쓰면 좋을 텐데, 하고 생각은 가끔 하지만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마감과 지면이 있어야 시늉이라도 할 것 같다.

사무직 정장을 잔뜩 샀다. 블라우스, H라인 치마, 점잖은 자켓들. 갑오년 목표는 정장을 입고 출근하는 것이다. 삼 년 차가 되어서야 이런 목표를 세웠다. 지금까지는 목표 달성 중. 내 취향에 맞는 옷을 골랐더니 꽤 입는 재미가 있고, 생각만큼 불편하지도 않아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다.

사람들이 내면에 가진 힘에 대해 자주 생각한다. 실제 위기가 닥치기 전에는 자신도 모르는 어떤 강인함이 있다. 내 안에는 딱히 그런 힘이 없는 것 같지만, 또 모를 일이다. 나는 내가 정장을 입고 구두를 신고 경찰이 교통을 다 막은 한적한 길을 한밤중에 몇십 분씩 걸어가며 경찰서에 갈 수 있는 사람인 줄 몰랐다(그래도 이 정도가 최대치가 아닐까 싶긴 하다).

타인의 어리석은 판단에 답답해 하고 무례한 예비소비자(?)에 짜증을 내다가도, 한 사람 한 사람이 가진, 내가 감히 가늠할 수 없는 힘들 앞에서 가끔 놀라고 부끄러워하고 마음을 가다듬으며, 그렇게 나이들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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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초에 사무실을 같은 건물 다른 층으로 옮겼다. 같은 건물 안이라 간판 규격이 같아, 구 사무실 간판을 신 사무실 앞에 그대로 옮겨 단 다음날이었다. 택배 기사님이 띵똥 하고 신 사무실 벨을 누르고 물건을 슥 내밀더니, 갑자기 고개를 갸웃하고
"원래 여기 있었어요?"하고 간판과 나를 번갈아 보며 묻는다.
"아, 저기 7층에 있다가 이사 왔어요! ㅋㅋㅋ"하고 대답하니 "아하, 역시!"하고 의문이 풀려 개운하단 표정으로 웃는다. 나도 마주 웃었다.

늘 스쳐 지나가는 사람과 눈 마주치기, 말 주고받기, 기억하기. 정말 별 일 아닌데, 따뜻한 기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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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1월 4일 금요일

일상 2014.01.04 23:55 |
하우스파티-신년회 했다. 많은 분들이 기꺼이 참석해 즐겁게 놀아 주셔서 좋았다.

낯 가리는 커크가 계속 숨어 있어서 최후 5인이 남을 때까지 커크 자랑을 못 한 것이 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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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013. 1. 5. 호클리 호키 호 (동인행사)
2013. 1. 10. 고등과학원 인디트랜스 세미나 참여 (2년 프로젝트)
2013. 1. 18 - 20. 부모님, 동진님과 일본 유후인 가족 료칸여행
2013. 1. 21. 사무실 개업 (1년 계약)
이마트 공대위 법률지원단 (겨울동안)

2013년 2월 

2013. 2. 6. 민변 로스쿨 실무수습생 간담회 선배와의 만남
2013. 2. 13. ~ 과학소설 지도읽기 강의 (SF도서관) 

2013년 3월

3월 첫째주 사무실 마지막 가구 도착
3월~4월 사이에 사무실에 지인들이 많이 와 주심
소수자인권위 유럽차별금지법 핸드북 마감 
국제노동팀 신설, 활동 시작
독일어 과외 시작

2013년 4월

2013. 4. 7. ~ 4. 13. 세계고문방지기구(OMCT) 지역 개인청원 교육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2013. 4. 13. 노동위 총회
2013. 4, 15, 서울변회 인권위원회 첫 회의 (2년 임기)
2013. 4. 30. 대한변협 다문화가정법률지원위원회 첫 회의 (2년 임기)

2013년 5월

2013. 5. 6. 로스쿨 인권법학회 강연
2013. 5. 17. ~ 2013. 5. 20. 동진님과 후쿠오카 여행
2013. 5. 22. eTBS 교통방송 첫 출연
2013. 5. 26. SF도서관 작가와의 만남
제2차 공익변호사 라운드테이블 발제
플랫랜더(래리 니븐, 새파란 상상) 출간
뮤지션유니온 자문변호사
쌍차범대위 첫 형사 사건

2013년 6월

2013. 6. 5. ~ 2013. 6. 13. 세계노동기구 총회 참석 (스위스 제네바)
2013. 6. 14. ~ 6. 15. 베를린 안티고네&김강님 방문
2013. 6. 21. 서울변회 인권위 첨단산업재해팀 첫 회의
민영화반대 TF(가스)
긴급조치 변호인단

2013년 1학기 대학원(통합 3학기): 국제인권법, 사회복지고전강독

2013년 7월

2013. 7. 10. 고양이 커크 데려옴
2013. 7. 11. ~ 7. 13. 카우치서핑 (이지)
2013. 7. 12, 인디트랜스 세미나 발제 (w 이강영 선생님)
2013. 7. 15. 서울변회 인권위 탈북자인권개선연구팀 첫 회의
2013. 7. 16. 서울시청 인권상담 시작
2013. 7. 24. "차별금지법과 노동" 발제 (조계사)
2013. 7. 25. ~ 2013. 7. 30. 여름휴가 (태국 카오락)
대한문 앞 집회의 자유 회복을 위한 기자회견, 대한문 대응팀(~8월)

2013년 8월

2013. 8. 10. ~ 2013. 8. 12. 미연과 후쿠오카 여행
2013. 8. 29. 광주전라지역 민변 로스쿨 설명회 (전북대)
2013. 8. 30. 인권위 연구모임 시작 
2013. 8. 31. ZD 시험 (합격)
독일어 과외 끝

2013년 9월

2013. 9. 9. ~ 14. 집 인테리어 공사
전화일본어 재개
차별금지법 노동차별 부문 (8~9월)

2013년 10월

2013. 10. 15. 차별금지법 내부간담회
2013. 10. 21. 대전시민대학 시민로스쿨 강연
2013. 10. 29. 카이스트 특강
노동위-오사카노변단 교류회 자료 번역
구량옥 변호사님과 서신교환

2013년 11월 
2013. 11. 1. ~ 2013. 11. 3. 민변 노동위-오사카노변단 교류회 참석&세미나 통역 (부산)
2013. 11. 3. ~ 2013. 11. 5. 교토 여행 (혜수언니)
열사대책위 법률지원단
전화일본어 중단

2013년 12월
2013. 12. 6. 고등과학원 초학제심포지엄 상상/현실 발제
2013. 12. 9. 이주여성긴급지원센터 상담원 법률강의
2013. 12. 16. 새 사무실 계약
2013. 12. 17. 인종차별 토론회 발제
이름이 무슨 상관이람(엘렌 위트링거, 궁리출판) 출간
시 낭독 모임 시작

2013년 2학기 대학원(통합 4학기): 죽음과 상실에 관한 이론과 실천, 노동법 기본연구, Regional International Law


구글 캘린더에 의존하여 간단히 정리.

1. 올해의 중요한 일 Best 10 (생각나는 대로)

- 개업
- 부모님과 해외 여행
- 커크 데려옴
- ILO 총회 참석
- 국제노동팀 신설
- 여러 법률대응팀 또는 변호인단에 참석하고, 노동 관련 집회에 열심히 참석
- 번역서 두 권 출간
- 들어오는 발제, 집필 청탁을 거절하지 않음. 예년이라면 하지 않았을 경험을 많이 함
- 대학원 휴학하지 않고 15학점 수강
- ?

2. 올해의 아쉬웠던 일

- 이마트 공대위 결과
- 창작 전무
- 책을 거의 읽지 못함
- 보고서 마무리 허술
- ?

3. 기타

- 공개가 어려운 일기가 많아 페이스북으로 옮겨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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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많이 벌고 싶다.

어제 고 최종범 님의 딸, 별이 돌잔치에 갔다가 펑펑 울며 돌아오면서 생각했다. 유족들이 애쓰고 있고 이 운동이 무언가를 변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그 변화가 별이에게까지 미칠 수 있으리라고 사실 기대하지 않는다. 이 시대에, 생계를 담당하고 있던 아버지를 한 살때 잃은 가난한 여자아이 앞에 펼쳐지는 삶이 어떤 것일지, 건강하게 무사히 보호 받으며 아동기와 청소년기를 보낼 수는 있을지, 자신의 가능성을 탐색할 기회가 주어지기는 할지, 어떤 노동환경에서 어떤 노동자로 일하게 될지, 그 모든 것이 좌절스러웠다. 사회적 안전망으로부터 먼 자리, 그냥 나한테 그곳에 작은 안전망을 펼쳐줄 수 있을 만큼의 돈이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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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가 끝났다.

연휴 동안 하려고 마음 먹었던 일을 거의 하지 못했다. 꼭 연휴에 할 작정은 아니었던 "커크 병원 데리고 가기(21일)"와 "인셉션 다시 보기(20일)"만 했다.

어제 자혜가 추천해 주었던 동물병원에 가서 커크 신체검사를 하고 1차 기본접종을 했다. 의사 선생님이 커크를 보고 이미 이갈이를 많이 했다고, 오 개월 정도 된 것 같다 하셨다. 몸무게는 2.23kg. 요즘 눈곱이 많이 끼어 걱정이었는데 결막염 증세가 있다고 한다. 안약을 받아왔다. 귀지가 아주 많았다. 귀를 닦는 법도 배웠는데 쉽지 않겠더라.

벼르던 일을 했다고 뿌듯해 했는데, 커크가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서 무척 놀랐다. 예방접종을 하고 나면 바이러스 때문에 고양이가 좀 앓는 접종반응이 있는 경우가 있다고 듣기는 했으나, 키우기 시작한 이래 늘 건강하던 고양이가 소리도 못 내고 가만히 누워 꼬리만 흔드니 당황스러웠다. 동진님이 밤길을 나가 캔을 하나 사 왔다. 평소 같으면 캔 따는 소리만 들려도 냐-냐- 시끄럽게 울면서 싱크대까지 뛰어올라와 난리일 커크가 캔을 따서 밥그릇에 담아 준 다음에야 다리를 절뚝거리며 밥 먹으러 왔다. 그래도 먹어서 한 시름 놓았다. 축 늘어져 움직이지 못하는 고양이를 잡고 안약을 넣었다. 몇 달 만에 집이 조용했다.

밤 열 시 반 쯤에 체온을 재어 보았더니 40도였다. 고양이 정상 체온이 38.5다. 책을 찾아보니 있을 수 있는 접종 반응 항목에는 미열, 즉시 수의사에게 데려가야 하는 반응 항목에는 고열이 있다. 미열은 몇 도고 고열은 몇 도냐. 한참 찾아 보니 미열은 39.5도, 고열은 40도. 애매하다. 한참을 고민하다, 힘이 하나도 없는 고양이를 또다시 이동장에 넣어 24시간 동물병원까지 데리고 가는 것도 오히려 해가 될 것 같고, 수의사에게 데려가야 하는 항목에 있는 다른 증상(설사나 구토)은 보이지 않으니 일단 두고 보기로 했다. 밤 열두 시 반에 다시 체온을 재어 보아도 여전히 40도 정도였다. 커크 침대 채로 안방 침대 옆에 데려다 놓고 잤다. 말 못 하는 작은 동물. 괜찮겠지 괜찮겠지 하면서도 걱정이 되어 잠이 잘 오지 않았다. 몇 번 다가가 파닥이는 몸에 가만히 손을 대어 보았다. 다행히 펄떡펄떡 움직인다. 허벅지에 손을 넣어 보았다. 뜨거우면 가슴이 철렁한다.

다행히 커크는 일요일 아침부터 정신을 차리고 뽈뽈 움직이기 시작했다. 느리던 움직임이 조금씩 빨라지더니 점심 때가 되자 가지 말라는 아일랜드 식탁 위로 뛰어 올라가고 내 머리카락을 뒤에서 잡아 뜯을 정도로 힘을 차렸다. 어제까지만 해도 너무 혼내지 말아야지, 역시 건강하게 살기부터 해야지, 했는데, 몇 시간도 안 되어 다시 "제발 그만 말 좀 들어..."라고 한숨을 푹푹 쉬었다.

안심한 한편, 마음이 무거웠다. 목숨이 너무 무겁고 무섭다. 이럴 줄 알면서도 들인 생명이지만, 역시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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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전날이라 왠지 마음에 여유가 있었다.

대학원 동기 점심 모임이 있어 학교에 갔다. 동원관 건물 1층에 있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에서 다함께 피자, 파스타, 리조또를 나누어 먹었다. 많이 웃었다. 석사과정인 동기들 중에는 올해 프로포절 심사를 보았거나 볼 이들도 있다. 졸업이 성큼성큼 다가온다. 아직 수료학점을 반도 채우지 못한 내게는 먼 이야기이지만. 다들 졸업하고 나면 쓸쓸할 것 같다.

우진, 우영과 연구실이 있는 550동에서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조금 더 나누다 나왔다. 괜히 많이 걸었다. 학교 안도 빙빙 돌고, 버스를 타고 신림동에 내려 문구점에도 갔다. 며칠 전부터 벼르던 마스킹액을 샀다. 예전 광장문구 건물이 알파문구가 되어 있었는데, 물건 배치나 판매하는 상품은 비슷했다. 마스킹액에 쓸 붓도 사고, 혹시 효과가 있을까 하여 3M에서 나온 접착제 제거 스프레이도 샀다. 

그리고 영상자료원에 [대부 2]를 보러 갔다. 영상자료원은 DMC 미디어시티 역에서 꽤 가까웠다. 예전에 파인로 님이 우리집에서 무척 가깝다며 버스 노선을 말씀하신 적이 있는데, 지하철을 타고 30분이면 충분히 가겠더라. 앞으로 프로그램을 유심히 보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오후 3시 정도밖에 되지 않아 일단 발권을 하고 또 근처를 어슬렁거리며 걸었다. 공차에서 큰 사이즈 버블티를 하나 테이크아웃해 영상자료원 지하 1층 테이블에 앉아 마셨다. 김주영 님의 단편집 [보름달 징크스]를 읽었다. 예상보다 옛날 (1990년대 말 ~ 2000년대 초반) 작품들을 모은 책이었다. 예전에 읽은 기억이 어렴풋이 나는 단편들도 있었다. 신작은 없었지만 좋은 책이었고,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책을 다 읽고도 시간이 많이 남았다. 휴대폰 배터리도 바닥나 멍하니 앉아 있다가 영화를 보러 들어갔다.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낯익은 얼굴이 있을까 하여 둘러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영화를 많이 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로버트 드 니로가 정말로 멋졌다. [대부 2]가 나에게 특별한 이유 중 하나는, 이 영화를 보면서 내가 남자로부터도 강한 성적 매력을 느낄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깨달았었기 때문이다. 대학생 때 일이다. 그 느낌이 벼락같이 찾아왔던 장면을 다시 보았다. 여전히 강렬하였으나 그런 식으로 강렬하지는 않았다. 어떤 지나간 성장들, 어떤 끝난 이야기들, 어떤 희미해진 혼란들. 삶이 곧 이야기라면 내가 살아 있는 한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야기들이, 결국은 끝이 날 뿐 아니라 언젠가는 잊혀진다. "옛날"이라는 말로 묶인 커다랗고 희미한 덩어리만 남는다.

아련한 감상에 젖어 걷다가 길을 잃었다. 휴대폰이 없으니 내 위치를 알 수 없어, 내가 길을 잃어버린 줄 깨닫는 데도 한참이 걸렸다. 우여곡절 끝에 DMC 역으로 가는 버스를 타고 보니, 버스로 다섯 정거장이 넘는 거리를 걸었더라. 삼십 분이면 되겠다 싶었던 거리를 한 시간 넘게 돌아 집에 돌아왔다. 그래도, 돌아왔다. 

좋은 하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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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정보다 공사 진행이 늦어져 아직 짐을 도로 들이지 못했다. 예정보다 늦어졌다고는 하나, 눈에 보이는 일의 양을 생각하면 납득할 만한 속도이다. 주말까지 계속 청소해야 할 것 같다. 어제 상을 당한 인테리어 업체 사장님이 오늘 벌써 현장을 보러 왔다. 출상 전인데, 먹고 사는 일이 이렇다.

어젯밤에 들어온 일로 새벽에 출근했다. 잊어버리지 못할까봐 겁날 만큼 끔찍한 악몽을 두 번이나 꿔서, 옆에서 잠든 동진님을 깨워 매달렸다. 다행히 내용을 이제 거의 잊어버렸고, 끔찍한 느낌만 희미하게 남아 있다. 어서 완전히 잊어버리고 싶다. 그러나 이렇게 블로깅을 해 놓으면 (1) 지금 기억하는 만큼은 앞으로도 기억하거나 (2) 나중에 이 일기를 보면서 대체 무슨 꿈이었기에 이렇게 썼나 궁금해 하겠지.

[죽음과 상실에 관한 이론과 실천] 첫 수업이 있었고, 아주 좋았다.

옛날 영화를 보고 싶다고 했는데, 영상자료원에서 14일과 17일에 [대부]를 상영하더라. 바로 이런 게 보고 싶었다. 

 오늘 만든 커크 움짤 두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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