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오에 오랜만에 전션과 만났다. 전션이 생일을 축하한다며 뎀셀에서 조각케이크와 커피를 샀다. 오랜만에 만나 더없이 반가웠다. 여름이 오기 전에 얼굴을 한 번 더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세 시쯤 먼저 일어나 -일이 바쁜 전션은 일요일인데도 작업거리가 있다며 남았다.- 서울아트시네마에서 리처드 레스터(Richard Lester) 감독의 1965년 작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The Knack...and How to Get it, 85min, 영국, B&W)]을 보았다.  

혹시라도 유용한 팁을 얻을 수 있을까 조금 (정말 아주 조금!) 기대했었는데, 영화는 [여자를 유혹하는 요령]보다는 [미친 60년대를 얼빠진 청춘답게 살아가는 요령]에 관한 이야기였다. 오프닝과 엔딩 크레딧이 좋았고, 침대를 이용한 재기와 중간중간 등장한 자막도 재미있었다. 아, YWCA도! 하지만 뒤로 갈수록 너무 '프리'해져서 - 이 영화는 '영국 프리시네마 특별전' 프로그램이다 - 나중에는 조금 감당하기 힘들었다. 참, 그리고 시네마테크의 영화 소개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나흘동안 영화를 세 편 봤는데, 그 중에 가장 현실적인 작품이 마술용 중국 상자 속에서 죽은 기자가 물질화하는 [스쿠프]였다.; 균형감각을 맞추기 위해 2일에 보던 [Doctor Who] 에피소드 [Rise of the Cyberman](현대 런던 상공에 비행선, 죽었던 아버지가 사업가, 모두들 귀에 꽂은 이어피스earpiece로 정보를 다운로드, 사이보그....)를 일단 통과하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있는 1950년대 영국을 배경으로 한 [The Idiot's Lantern]를 보기로 마음 먹었다. '식민지'가 여전히 존재하고, 흑백 텔레비전을 들여 놓는 집들이 생겨나며, 안락의자에 앉아 뜨개질 하던 할머니가 "그거 보다간 바보가 된다"며 잔소리 하고, 텔레비전 안테나를 통해 외계인들의 전파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당한 사람들은 뇌가 없어지고 이목구비가 사라지고, 얼굴이 살색 원판이 된 사람들이 으슥한 곳으로 끌려가 창고에 보관되는 역사물이었......어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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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bbath 2007.03.06 23:0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실실 웃으면서 이야기를 따라가다가 정말 현실적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저도 '어라라?' 했습니다;;

1. 기말고사 기간이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다음 주 수요일까지 기말고사와 기말보고서가 이틀 정도 간격으로 계속 이어진다.

2. 학원에서 정치학 수업을 듣고 있다.

3. 알랭 들롱 회고전에서 [사무라이] 가 빠졌다. 이에 대한 나의 반응은

이렇다.


4. 서울아트시네마에서는 시네마테크의 친구들 상영회를 위한 설문 조사도 하고 있다. 이에 대한 나의 반응은

다음과 같다.


5. 두고 두고 죄책감을 느끼고 있는 사소한 일들이 있다. 왜 했는지도 잘 알 수 없는, 들은 사람은 흘려 넘겼을 시시한 거짓말, 실수로 버린 작은 물건들, 그 다음의 일에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은 순간적인 오판 같은 것들.

6. 춥다.

7. 12월 5일 화요일에는 cosmo님의 사무실에서 IDA님을 처음으로 뵈었다. 글을 읽었을 때는 차분하고 정적인 분이시리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뵈니 시원하고 서글서글한 느낌의 아가씨셨다. 직접 뵌 다음에 쓰신 글을 다시 읽으니 그런 외모가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어서 신기했다. cosmo님과 잡지 준비팀 직원분들, IDA님, 배명훈님, B사 대표님과 함께 점심을 먹었다.

8. 12월 6일 밤에는 녹차라뗴와 고구마 호빵을 먹었다.

9. 12월 7일 밤에는 짜장범벅을 먹었다.

10. 12월 8일에는 새로 주문한 차를 받았다. 이번에는 할센앤리온 아쌈(Assam)으로 밀크티를 만들어 마셔 보기로 했다. 할센앤리온의 홍차는 처음이다. 위타드(Whittard of Chelsea) 아쌈으로 만든 밀크티가 정말 맛있었지만 - 아마 홍차 한 통을 그렇게 빨리 비운 건 위타드 아쌈이 처음일 듯 - 더 맛있거나 취향에 맞는 차가 나올지도 모르니 계속 이것 저것 시도해 보고 싶어서였다.

11. 12월 9일에는 HL 아쌈으로 밀크티를 만들....려고 했으나, 딴 생각을 하다가 우유를 데워 거품을 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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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12 16:13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Jay 2006.12.13 02: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그 말씀은 역시......'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귀엽고 깜찍했다'는 뜻이시지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잇힝. 다음에 또 뵈어요. >_<

3:00, 전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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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의 멘케비츠 특별전 프로그램으로 1947년 작 [유령과 뮤어 부인] 을 보았다. 극장에서는 앞 회차를 보시고 이 영화를 기다리던 새벗님과 마주쳐셔, 상영 앞뒤로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다. 새벗님 말씀에 혹해서 화요일의 [발자국]을 예매했다.

싫어하지 않았지만 사랑하지도 않았던, '그냥 그렇게' 같이 살던 남편이 죽은 후, 젊은 미망인인 뮤어 부인은 어린 딸과 예전부터 시중을 들어 주었던 가정부만 데리고 시어머니와 시누이의 집에서 나온다. 이제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던 그녀는 바닷가 부동산을 알아보러 갔다가 예전에 선장이 살았다는 마음에 쏙 드는 집을 발견하지만, 중개업자는 그 집을 소개하기를 매우 꺼린다. 자살한 선장의 유령이 나오는 집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전망과 시설이 좋으면서 집세가 놀라울 만큼 싼 집이 마음에 든 뮤어 부인은, 실제로 집을 보러 갔을 때 유령의 웃음소리를 듣고 놀라 나왔으면서도 그 집에 들어가기로 결정한다.

그리고 실제로 선장의 유령을 만난다. 계속 쓰려다가 귀찮아서 후략. 전형적이라기보다는 고전적이라고 칭하고 싶은, 인물의 성격과 그들 사이의 관계가 잘 살아 있는 로맨스이다. 대사들이 아름다웠고, 사랑보다는 인생과 시간에 대해 말하는 듯한 영상이 돋보였다. 보면서 많이 웃었지만, 재미있었다고 말하기는 조금 어려운 영화이기도 하다. 결혼을 앞둔 딸에게 뮤어 부인이 "I've found compensations.(정확한 대사는 기억이 안 남)"이라고 말하는 부분은 무척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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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트시네마, 1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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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에서 자크 베케르 (Jacques Becker) 감독의 1947년 작, [앙트완과 앙트와넷(Antoine et Antoinette, 78minㅣB&W)]을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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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진군과 압구정 라리에또에서 점심을 먹었다. 오랫동안 못 간 터라 라리에또의 파스타를 꽤 그리워하고 있었는데, 어제 아우님과 어머니가 가서 맛있게 먹고 왔다고 하기에 나도-하고, 본래 종로에서 만나기로 했던 약속을 변경, 압구정으로 갔다. 리코타 치즈 샐러드와 루꼴라 스파게티를 냠냠 먹고 현대백화점에 가서 용진군이 선물 고르는 것을 구경했다. 현대백화점 와인샵에 갔는데, 소뮬리에 박모님이 용진군의 표현을 따르자면 '[신의 물방울]에서 튀어나온 것 같은' 매우 인상적인 분이었다. 하지만 선물은 아루의 티라미수로 결정.

현대백화점 지하에 있는 카페 자작나무에서 용진군이 가져온 다크 초콜릿을 곁들여 더치 커피 (Dutch Coffee)를 한 잔 마시고 헤어져, 나는 서울아트시네마에 가서 에드가 울머 회고전 [우회(Detour 1945ㅣ미국ㅣ69minㅣB&W)]를 봤다. 기대에 부응하는 멋진 영화로, sabbath님이 말씀하신 살인 후 시선을 따라 가는 카메라 처리는 보다가 무릎을 칠 만큼 훌륭했다. 그리고 베라 역을 맡은 배우가 정말로 무서워서, 이 여자가 나온 다음부터 영화가 심리 스릴러에서 공포물로 장르전환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베라가 내뿜는 존재감은 섬뜩한 숙명의 존재감이나 어떤 계기로 서서히 끌려나오는, 인간에게 내재된 범죄에 대한 불가피한 매혹을 상징하는 것으로 읽히기도 한다.

10월 25일부터 10월 29일까지 메가박스에서 제 7회 유럽영화제(http://meff.co.kr) 가 열린다. 서울영화제에서 보지 못했던 주요 상영작이 포함되어 있고, 그 외에도 꼭 볼 만 하다 싶은 영화가 많이 있는데 행사 기간이 워낙 짧은데다 중간고사와 겹치기 때문에 실제로 몇 편이나 볼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일단 내가 주목하고 있는 영화들은:

1. [코미디 오브 파워(Comedy of Power)] 서울영화제에서 놓쳤던 영화. 끌로드 샤브롤 감독의 2006년 작이다. 공금횡령 사건을 조사하게 된 여판사가 권력의 복잡한 이면을 마주하면서 느끼는 갈등, 사법체계의 문제점, 유혹과 현실 등을 풍자적으로 다룬 작품이라 한다.

2. [수면의 과학 (The Science of Sleep)] 미셀 공드리 감독의 2006년 작. [이터널 선샤인]을 대단히 인상깊게 봤던 터라 절대 놓치고 싶지 않은 영화이다. 수업이 없는 날 상영하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이번 유럽영화제 제1의 기대작으로, 제목에서부터 포스가 느껴지는 로맨틱 코미디.

3. [퀸즈 (Queens)] 마뉴엘 고메즈 페레이라 감독의 2005년 작. 스페인의 첫 게이 합동 결혼식에 참가하기 위해 모인 어머니 다섯 명을 통해 '편견에 대한 폐부를 찌르는 대사와 유쾌한 이야기, 어머니와 귀여운 아들들이 보여주는 사랑과 가족의 이야기'를 보여준단다. 혹할 수 밖에 없는 작품 설명이로세.
유럽 영화를 본다고 해도 사실 프랑스/독일, 기껏 더해봐야 영국과 이탈리아 영화 정도밖에 보지 않았던 터라, 경험의 폭을 넓힌다는 의미에서도 가능한 한 꼭 볼 생각이다. (스페인 영화임)

4. [어둠 속으로 사라지다 (Fade to black)] 1948년, 오손 웰스는 헤이워드와의 이혼 후 새출발을 위해 이탈리아에 찾아온다. 그런데 새로이 사귀게 된 여배우의 아버지가 촬영 중 죽임을 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웰스 감독은 이 살인 사건의 배후에 있는 정치적 음모에 휘말리게 된다-는, 영화팬이라면 일단 눈이 번쩍 뜨일 스릴러다. 실제 영화를 봐야 확실히 말할 수 있겠지만, SF 팬에게는 대체역사로도 해석될 수 있을 설정이다. 감독은 올리버 파커.

5. [르네상스 (Renaissance)] 흑백 애니메이션. '2054년 파리는 모든 행동이 감시되며 녹화되는 미로 같은 도시가 되어버렸다. 파리는 이제 거대 기업 아바론의 암영 아래 있게된 것이다. 한편, 미와 지성을 모두 갖춘 젊은 과학자 일로나가 납치당하는 사건이 일어나고, 아바론은 유능하지만 문제 많기로 유명한 경찰 카라스에게 가능한 빨리 그녀를 구출하도록 의뢰한다....(후략)' 란다. '미와 지성을 모두 갖춘 젊은 과학자'가 찜찜하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이고 2054년이니 보러 가야지. 2006년 ANSI 대상 수상작이기도 하다.

그 외 세일란 감독의 [기후] (서울영화제 개막작), 소설이 원작인 [소립자], 감독 20명의 5분짜리 단편을 모은 옴니버스 영화 [사랑해, 파리], 유럽판 [트루먼 쇼]라고들 하는 [미스터 애버리지], [헤드윅] 감독으로 유명한 존 카메론 미첼의 [숏버스] 등도 (나는 그다지 볼 생각이 없지만) 관심을 기울일 만한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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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에는 화실에서 베티 데이비스를 이어 그렸다. 니콜 키드먼을 그리고 싶었는데, 출력해 놓은 사진을 토요일에 집에 두고 나왔기 때문에 일단 잡지에서 골랐다. (이 사진은 오늘 가져 갔다.) 베티 데이비스도 좋지. 루비치 감독님 영화가 또 보고 싶구나.

화실 오가는 길에 크리스토퍼 프리스트의 [매혹]을 읽었다.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의 삼각관계를 다룬 인상 깊은 작품이었다. 프리스트의 책 중에서도 이런 것이 출간되는 데에는 역시 기획자의 공이 크다. 읽으면서 새삼스레 감탄.

번역 하니 생각나는데, 내가 요즈음 (마음 속으로) 작성하고 있는 '미묘한 쾌감' 목록에 번역과 관련된 항목도 있다. '미묘한 쾌감'이란 주 활동의 목적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활동에서 느끼는 오묘한 즐거움이다. 예를 들어, 검은 파스텔로 그림을 그릴 때는 지우개를 흰색 재료처럼 사용한다. 그런데 파스텔은 가루가 많이 나고, 특히 검은 파스텔은 검은색 건식 재료 중에서도 가장 짙기 때문에 작업을 하다 보면 지우개가 금방 새까맣게 된다. 그래서 평소에 지우개를 왼손에 쥐고 엄지손가락으로 열심히 밀어서 가루를 밀어 내는데, 이렇게 하면 새까맣던 지우개가 하얗고 말랑말랑하고 따끈따근해진다. 이게 바로 미묘한 쾌감!

번역의 경우, 치졸한 악당의 비열한 언사를 번역할 때 미묘한 쾌감이 느껴진다. 책을 읽을 때는 악당이 나오는 부분을 참 싫어해서 그냥 '이 사람은 지금 나쁜 말을 하고 있구나.' 라고 알 수 있을 정도로만 훑어보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그들 중에도 타고난 리더가 있다면요?” 알드린이 물었다.
크렌셔가 코웃음 쳤다. “자폐인들이 리더라고? 농담 마시오. 그들에게는 리더가 될 자질이 없어요. 사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눈곱만큼도 이해하지 못하지.”
이런 악당의 말을 직접 쓰고 있으면, 참으로 희안하게도 기기묘묘한 즐거움이 느껴진다. 악당이 너무 거대하거나 최후의 승리자라면 재미 없겠지만, 나는 너무 강하고 잔인한 악당이 나오는 글은 맡지 않으므로(그냥 취향이다.) 마음껏 즐거워할 수 있다. (초고를 검토하기 위해 이런 부분을 다시 '읽을' 때에는 이런 미묘한 쾌감이 없다.)

화실 수업 후에는 종로 카페 뎀셀브즈에 가서 원고를 하다가, 오후 여덟 시에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하는 'B영화의 제왕: 에드가 G. 울머 회고전' 프로그램인 [검은 고양이 (The Black cat, Edgar G. Ulmer | 1934ㅣ미국ㅣ65minㅣB&W)] 를 보았다.

상영 전에 김성욱 프로그래머가 울머의 작품 세계를 간단히 소개했다. [검은 고양이]에는 건축과 철학을 전공했던 울머의 건축에 대한 관심이 드러나 있다고 한다. (실제로 주인공이 유명한 건축가로 나온다.) 또한 검열을 피하기 위해 집어 넣은 성적 코드들과 카메라의 움직임에 주목해 보라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이는 실제로 감상하기 전에 듣지 않았다면 놓쳤을 부분이다. 울머가 [검은 고양이]를 제작한 다음에 대형 스튜디오인 유니버셜을 떠났던 이유는 스크립트 걸과 연애를 하다가 간부에게 발각되었기 때문이란다. (...) 울머는 B급 SF영화도 많이 만들었는데, 이번에는 호러만 상영되어 조금 아쉽다. 그래도 서울아트시네마가 아니라면 DVD상영이라 해도 30년대 공포영화를 어디 스크린에서 볼 수나 있겠어.

영화는 보러 가길 잘 했다 싶었다. 워낙 공포물을 싫어해서, 이번에는 'B급'이라는 타이틀, 30년대 작품이라는 점, 그리고 짧은 러닝 타임을 보고 한 번 도전해 보자는 심정으로 갔는데, 검열이 있던 시대 작품이라 잔혹한 장면이 나오지 않아 편하게 보았다. 박사가 자신의 동족을 배신하고 아내를 죽였던 포울직을 묶어 놓고 '살갗을 벗겨 주겠다'고 한다. 놀래서 눈을 후딱 가렸다가, 조용하기에 살짝 내다 보니 찰흙 소조를 조각칼로 다듬는 것 같은 그림자가 잠깐 나오고 넘어간다.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의 삼각관계를 다룬 인상 깊은 작품으로, 잔인하다기보다는 무척 슬펐다. 과거 격전지/훈련장이었던 지하실의 구조와, 여자 시체를 세워 놓은 관들이 강렬했다. 번쩍이는 기하학적 건물이나 차가운 유리관이 음습하고 축축하게 느껴져 신기했다. 그리고 칼로프와 벨라 루고시 두 사람의 존재감이 굉장히 강해, 과장된 움직임에도 '과잉'이란 느낌이 들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온 영화를 더 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낮에 종로로 가는 버스 안에서 여자 한 명과 남자 두 명의 삼각관계를 다룬 인상 깊은 작품......이라기엔 조금 무리가 있는 만화 [노다메 칸타빌레] 15권을 읽었다. 이번에는 캐릭터 북, 메모지, 상자로 구성된 한정판도 나왔다. 메모지가 노다메가 치아키에게 달려갔다가 내던져지는 내용의 플립북(flipbook)이라, 아무래도 한 장씩 떼서 쓰지 못할 것 같다. 캐릭터 북이 파본이라서 한양문고에 전화했더니 11시 까지 영업한다기에, 영화를 본 다음 다시 홍대 입구에 가서 교환받아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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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란 2006.09.24 01:3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벨라 루고시를 참 좋아하는데 보러 갈 수 없을 듯 해서 유감이로군요-_ㅠ

  2. 고양이 2006.09.26 12: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헉...내용에 비해 참으로 얌전하고 정갈한 번역이셔요;; 저 같으면 저런 내용이면 무지 말투가 험악했을 듯 ^^;;;

  3. Jay 2006.09.26 12:50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란양/ 울머 회고전 연장 상영 결정! [검은고양이]는 10월 1일(일요일) 오후 4시야. 벨라 루고시 x 카를로프 투톱의 카리스마가 굉장하고 그렇게 긴 영화도 아니니, 추석 연휴를 기해 한 번 보러 가 보는 것도 괜찮겠네. :)
    고양이님/ 사실 저도 그런 충동을 무지 느껴서, 조금만 방심하면 개자식 소리 들어갑니다.(...) 크렌셔 씨가 점잖은 척 하는 사람이다 보니 아쉽지만(으응?) 꾹꾹 참고 있어요.

  4. sabbath 2006.09.26 17:24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개자식"이 무척 인상적이군요(…)

    에드가 G. 울머는 (블로그에도 썼지만) [우회]를 봤는데, 며칠 동안 머릿속에서 잊히질 않네요. 몇 개월 전 자크 투르네 때는 미처 몰랐던 고전기 할리우드 B무비의 매력을 이제야 알게 된 것 같아요. 오늘 (전에는 약간 실망했던) 투르네의 [캣 피플]을 다시 봤는데 이렇게 좋은 영화였던가 싶어 깜짝 놀랐습니다.

    고전기 할리우드의 공포 영화는 직접적으로 잔혹한 건 하나도 없으니 꾸준히 관심을 둬 보시는 것도 좋을 거예요. 돈은 없고, 분위기는 만들어야겠고, 그럴 때 영화가 기댈 수 있는 건 독특한 조명과 세트, 카메라 위치 정도인 것 같은데, 그 덕분에 결과물은 굉장히 '원초적'인 영화라는 느낌을 주더군요.

    …[검은 고양이]도 보고 싶은데 못 봐서 Jay 님 부럽단 얘기죠.

    전도사적 여담 : 벨라 루고시 + 보리스 칼로프 영화는 작년에 유니버셜에서 출시한 [The Bela Lugosi Collection]에 좀 수록되어 있네요. 콜렉션이라고는 하지만 고작 한 장 짜리 DVD인데, 수록된 다섯 편 중 네 편에서 루고시와 칼로프가 함께 나온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지금 루고시 필모그래피를 한 번 훑어봤는데 놀랍게도 [니노치카]에 출연했군요! 대체 어떤 캐릭터였을까요?

  5. Jay 2006.09.27 01: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우회]는 3일에 보러 갑니다. sabbath님 글을 보고 나니 더욱 궁금해지더군요. 사실 이번 회고전에선 [우회]와 [검은 고양이] 두 편만 볼 생각이었는데, 연장 상영을 하니 혹하네요.

    [니노치카]에서는 라미찐 역이었네요! 높은 분이었다는 것만 기억이 나고, 등장 장면은 전혀 떠오르지 않아요. orz

  6. sabbath 2006.09.27 07:5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나저나 울머가 유니버셜에서 쫓겨난 이유요, 저도 김성욱 프로그래머 강연 때 들었는데 정확히 기억을 못 하고 있었거든요? (누구랑 연애하다가 발각되자 다른 지역으로 함께 도피했다는 것까지만 기억납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스크립트 걸하고 연애했다고 쫓겨나는 건 이상하게 여겨져서 (사내연애가 금지됐을 수야 있겠지만 그렇다고 스탭과 연애했다는 죄로 실력있는 감독이 완전 퇴출당한다는 건…) IMDB를 찾아보니 이렇게 나오네요.

    "Blackballed from Hollywood work after affair with Shirley Castle, wife of a Universal studio mogul."

    그럼 그렇지. 이 정도는 돼야…

  7. Jay 2006.09.27 10: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이럴 수가! 30년대라서 사내 연애 금지였단 말인가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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