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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나와도 꽤 오래 수업을 함께 했던 W씨의 남편 분이 돌아가셨다. 사실 지난주에 위독하다는 소식은 들었었다. 장례식장을 다녀오신 대표님으로부터 W씨의 지금 상황을 듣고,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내 생각을 말씀드렸다.  


저녁에는 일요일에 먹고 남은 만두를 더해, 동진님표 어묵탕에 맥주를 한 잔 마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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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6월 4일 월요일

일상 2012.06.04 22:04 |

이주여성법률지원단 다녀왔다. 내가 쓸 수 있는 이야기들은 날것으로부터 얼마나 먼 곳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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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국을 앞둔 히엔과 서래마을에서 만났다. 바로 옆 학교 다닐 때는 보자보자 말만 하고 못 보다가, 이렇게 히엔이 한국을 떠날 때가 다 되어서야 간신히 본다. [Volare]라는 이탈리안 음식점에서 점심을 먹었다. 샐러드는 평범했지만 피자가 아주 맛있었고, 파스타도 괜찮았다.

히엔은 하노이가 아니라 남부로 가서, 여성 직업 교육에 관한 일을 맡는다고 한다. 또 만날 일이 있을 것 같다. 아참, 내 베트남어 선생님이 히엔의 한국어 선생님(한국어과)이라고 해서 재미있었다. 혹시 아는 사이이지 않을까 싶어 말을 꺼내 보았는데, 사제지간이었었다니. 준비중인 기획에 대해 말하고 도움을 부탁했는데, 선뜻 거들어 주겠다고 하여 고마웠다. 베트남 인스턴트 쌀국수(?)를 선물로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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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센터 수업은 잘 진행되었지만, 조금 어려웠다. 캄보디아인 S씨가 수업에 합류했다. 역시 수업에 오기로 한 캄보디아 출신 SJ씨(N씨)가 아이 때문에 오지 못했기 때문에, 학생 중에 영어를 하지 못하는 사람이 S씨 뿐이었다.

매개어가 있으면 수업을 진행하기가 훨씬 쉽다. 특히 초급 단계에서는 텍스트에 비해 그 텍스트를 이해했는지 판단하기 위한 문제가 어렵기 때문에 문제를 매개어나 모어로 바로 이해시킬 수 있으면 시간 활용 면에서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요즘 우리는 '떼굴떼굴 굴렀어요', '깔깔깔 웃었어요', '기운이 쏙 빠졌어요' 같은 흉내 내는 말로 이루어진 간단한 동화를 배우고 있다. 흉내 내는 말은 중요하지만, 교사의 흉내로 쓰임을 바로 알 수 있으니 어려운 내용은 아니다. 그러나 내용을 잘 이해했는지 확인하기 위해 풀어야 하는 문제는 '이 글에서 호랑이와 두꺼비의 말과 행동을 보고 생각한 것을 토론해 봅시다'라는 한자어와 추상어와 지칭의 물결.......

그래서 필리핀 분들만 오셨던 지난 주에는 문제를 읽고, 영어로 각 단어의 뜻을 말한 다음 전체 문장을 영역해서 다시 읽어 주었다. 그러나 이번주에는 문제를 모두 한국어로 풀어 설명해야 했다. 지금까지 늘 한국어만 사용해 수업했으면서, 몇 주 사이에 영어를 쓰는 데 익숙해져버려 영어가 먼저 나오더라. 영어로 처음에 설명을 하더라도 어차피 한국어로도 다시 풀어 말하기 때문에 학생이 이해하지 못할 일은 없다. 모두가 이해하고 말로 답할 수 있을 때까지 천천히 계속 반복하는 수업이다. 또한 영어 설명을 이해한 필리핀 분들이 대답을 하면, 그 대답을 듣고 문제를 이해하지 못한 학생도 묻는 바를 더 잘 알 수 있다.

그래도 단 한 명이라도 모르는 언어라면 매개어로 쓰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S씨가 느낄지도 모르는 소외감 때문이다. 혼자만 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대단히 난감한 일이고, 보통 그 사람만 문화적 배경이 다르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독일에서 어학연수를 할 때, 우리 반을 맡은 두 선생님 중 한 분은 독일어만 사용하셨고 다른 분은 스페인어도 쓰셨다. 당시 우리 반에 스페인어를 못 하는 사람이 나 하나 뿐이었다. 스페인어를 잘 하는 선생님은 독일어로 풀어 설명하려니 오래 걸리는 중요하지 않은 말이 나오면 스페인어로 뜻을 말하고 바로 넘어가곤 했다. 그 사이에 나도 내 독영사전을 찾아 보면 되고, 혹시 놓치면 옆 사람에게 영어로 물어보면 그만이다. 대체로 아주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십여명 중에 나 혼자 교사의 말을 못 알아듣는 상황은 꽤 힘들었다. 그렇잖아도 나 혼자 동양인이었는데.

이번 주부터 S씨가 합류한단 얘기를 듣고 그 때 생각을 하며 나는 꼭 한국어만 써야지 했는데, 수업 끝내고 나니 학생 중에 한 명만 모르는 매개어를 배제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알겠더라. S씨는 작년 여름부터 나와 수학과 음악 수업을 같이 했고, 함께 여행도 다녀온 사이라 소외감 부담이 좀 덜한데도 마음이 많이 쓰였다. S씨가 필리핀 분들보다 한국어를 조금 더 잘 하신 덕분에 무난하게 진행되었다는 생각도 든다.

겪어 봐야 아는 얘기를 꺼낸 김에 이주민의 한국식 이름 개명에 관해 쓰려고 했으나 - 캄보디아 출신 N씨가 최근에 국적취득하면서 개명도 했다 - 다음 주로 미룬다. 

나머지 시간에는 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면서 계속 샤룩 칸 뮤직비디오(영화 장면들)를 보았다. 98년 작 청춘드라마 [Kuch Kuch Kota Hai(कुछ कुछ होता है , Karan Johar 감독,1998)]도 보았다. 실로 대단한 해피엔딩이었다. 할 말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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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3일 금요일

일상 2010.09.03 23:00 |
이번 학기에는 오전반을 가르친다. 오전반 학생은 한국에 온지 일이 년 남짓인 분들이시다. 지난학기에 한글을 배우고 이제 국어책을 읽기 시작했다. 다른 수업이나 식사시간에 뵌 분들이라 초면은 아니다.

언어를 배우는 일은 대단히 중요하다.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상대의 말을 이해하고, 부당한 상황에 항의하고, 부당하지 않은 상황을 오해하지 않기 위한 기본이다. 그러니까 한국어 수업을 꼭 해야 한다. 자신의 목소리로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사실을 알면서도 때로 학생 분들은 수업에 오지 않는다. 그리고 빤한 핑계를 댄다.

어떤 이들은 아침 일찍부터 준비해 수업에 온다. 수첩에 일기 한두 줄 써오는 숙제를 꼭 한다. 조금이라도 한국어를 외우려고 애를 쓴다. 친구를 기다려 데리고 온다. 그러나 모두가 한결같은 의지를 갖고 자신의 상황을 이해하며 늘 능동적이고 진취적으로 하루를 살지는 않는다. 똑같은 사람이니까,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원래 공부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하겠다고 말만 하면서 실천하지 않는 사람도 어디에나 있다. 거짓말에 양심의 가책을 별로 느끼지 않거나 자신의 고통에 매우 민감한 사람들도 있다. 가끔 호의와 노력은 배신당하고 진심을 담았던 약속은 머쓱한 웃음으로 덮인다.

어떤 이는 없는 형편에 수십 만원을 국제전화 하느라 쓴다. 인터넷 전화를 사용하거나 여러가지 할인 혜택을 활용하면 저렴하게 전화를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다. 모국에서 집의 경제력을 가늠하며 살림을 해 보거나 자급자족 수준 이상의 여유를 경험한 적이 없고 한국에 와서도 모국과 다른 경제규모를 이해하고 학습할 기회를 얻지 못한 어린 이들은 때로 소비하는 법을 잘 배우지 못한다. 그래도 이 나라는 부자잖아. 다들 휴대폰 쓰잖아. 어떤 이는 거짓말을 한다. 센터에는 병원에 간다 하고 집에는 센터에 간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위태로운 바탕 위에서 만들어진 가족, 작은 거짓말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깨뜨리고 주위 사람들을 불안하게 만든다. 정체불명인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사라진다. 노동자로서 보호받지 못하는, 산재보험도 최저임금도 무시한 노동으로 쥐는 일당 몇 만원. 그 돈이 없으면 굶어 죽을 지경이라서가 아니다. 자기 힘으로 번 삼만 원이 있으면 남편이나 시부모의 눈치를 보지 않고 시장에서 옷을 여섯 벌은 살 수 있다. 국제전화로 엄마 목소리도 들어보고, 안 쓰고 잘 모으면 친정에 보낼 수도 있다. 10대 후반, 20대 초반의 갖고 싶은 것도 배우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여성들. 일상에서 무시당하는 그들의 욕구는 때로는 자기 몸과 마음의 병이 되고 때로는 가까운 이들을 베는 칼이 된다.

그렇지만 원래 이런 일이다. 이것은 이주나 여성이나 교사와 학생의 관계나 활동에 한한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도 내가  한 번 더 기합을 넣고 다시 손을 내밀어 보겠다는 각오의 사이사이에 있는, 타인에 대한 기대가 패어 놓는 깊은 틈에 관한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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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늦게 잠들어 몹시 피곤했다. 억지로 억지로 일어났다.

학교의 국제교류 설명회 날이었는데, 센터 일이 늦게 끝나서 가지 못했다. 달리 자료를 배포해 주지 않았다고 한다. 혹시나 해서 어제 수진에게 못 가면 나중에 좀 물어보겠다고 부탁해 놓아 다행이었다.

센터에서는 캄보디아에서 오신 N씨와 처음 인사를 했다. 손솜보씨 돌잔치에서 뵌 적이 있는데, N씨는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중학생 때 성악 개인레슨까지 받은 보람도 없이, 나는 노래를 정말 못 한다. 오늘 새삼 느꼈다. 그리고 1월에 들은 한국어교사양성과정이 확실히 도움이 되어 기뻤다.

밤에는 시어머니표 생일축하 스테이크와 빈대떡을 맛있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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