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점심 메뉴는 [갈비떡찜]이었다. 식후에 대학원 동기인 우영, 광현, 박사 2학기 분영씨와 커피를 한 잔 하며 생협에서 진로, 통계와 정책에 이르는 여러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 현장의 힘에 대해, 세상을 바꾸는 것에 대해, 눈앞에 있는 단 한 사람의 삶을 변화시키는 일의 가치에 대해 자유롭게 말하고 들을 수 있는 시공간에 돌아왔다는 실감이 났다. 평화롭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저녁에는 한국어 교사 양성과정에서 개인교습 실습 대상 학생이었던 정영 씨에게서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근처 모 회사에서 일하고 있다고 하여 깜짝 놀랐고, 반가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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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9월 4일 토요일

일상 2010.09.04 23:30 |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에서 한국어교육능력검정시험 대비 세미나를 하는 날이었다. 10월 3일에 1차 시험이 있어 응시접수를 하긴 했으나 따로 준비할 시간이 없어 이거라도 하자는 마음으로 세미나를 신청했다. 현장활동을 계속하면서 이론을 다 잊어버린 것 같아 관성으로만 움직이기 전에 다시 점검할 필요도 느꼈다.

어제 의욕이 좀 꺾인 상태로 새벽까지 원고를 했던 터라 제시간에 나가지 못했다. 조금 늦게 집에서 출발했는데 2호선을 신촌 방향으로 타서 되돌아가느라 또 시간 낭비. 간신히 서울대입구역에 갔는데, 우와, 관악산 등산객이 그렇게 많을 줄이야! 게다가 관악산입구역에서 내리지 않고 학내로 들어가! 무시무시한 지팡이를 배낭에 꽂은 등산객 분들 사이를 헤치고 내릴 엄두가 안 나 결국 그 분들이 내리신 공대 앞에서야 나도 하차할 수 있었다. 여기는 어디인가 나는 누구인가.......

졸지에 한참 등산(하산)한 끝에 마을버스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타고 다시 뱅 돌아 기숙사삼거리에 내렸다. 인문신양을 보니 "신양할아버지 감사합니다!" 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신양에서 숨을 고를 수 있었다.

당근님, 영호님과 자하연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신양에서 차를 마시며 이야기를 했다. 오후 1교시가 한국문화 수업이라 그냥 수업에 들어가지 않고 두 분과 이야기를 더 해야지 생각했는데, 대화가 너무 즐거워서 그만 오후 2교시 시작시간까지 놓치고 말았다. 허겁지겁 언어교육원으로 내려가 나머지 수업을 들었다. 

세미나는 전반적인 이론 구조를 훑고 기출문제를 푸는 식으로 진행되었다. 나는 만족했으나 굳이 문제풀이를 하러 여기까지 온 게 아니라는 불만을 토로하시는 분들도 계셔서 분위기는 그저 그랬다. 문제를 따로 풀 시간이 있는 분들이라면 아쉬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들었으나, 시험 쪽집게 강의도 아니고 그런 식의 수업이 가능한 분야도 아니인데 요구가 과하다 싶었다. 나와 같은 20기 선생님들이 세 분 더 오셨다. YB선생님은 버마에서 온 이주노동자/난민 학생들을 가르치신다고 한다. HI선생님은 중국에 있는 대학에서 지난 봄학기에 한국어 강사를 하셨다. 나머지 한 분의 이야기는 듣지 못했다. 다음 주에 여쭈어 봐야지.

저녁에는 지하철 타기가 싫어서 공항버스를 탔는데, 정체가 너무 심해 집에 오는데 두 시간 정도 걸렸다. 기진맥진해서 동진님과 집 앞 고기집 털보네에서 목살을 구워 먹었다. 맥주도 한 잔 마셨다. 그리고 집에 와 동진님의 다리를 베고 누워 쉬다가 까무룩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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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당근 2010.09.11 12: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날 정말 즐거웠어요 +_+ 제이님께는 배울 것도 많고,
    제이님을 만나면 만날수록 점점 더 좋아져서 어찌해야 할지..ㅎㅎ
    그날 저녁부터 비가 와서 동진님도 없으실텐데 혼자 괜찮으실래나 걱정했답니다.
    이젠 비만 오면 제이님 생각이...
    어제도 비 많이 쏟아졌는데 밤새 못 주무셨겠어요;; 지금에야 잠드셨을래나 -ㅜ

    • Jay 2010.09.12 03:0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저도 당근님 뵈어 즐거웠습니다. 좋은 이야기도 많이 들어 굉장히 기분이 좋았어요. 쥬팜님도 함께 만나서 더 기뻤네요. *'ㅁ'*

      비는 열심히 새고 있지만;; 이제는 밤에 비온다 하면 아예 새벽에 잔다 생각하고 가능한 한 맘 편하게 먹으려고 애쓰고 있어요. 그래도 다음주에는 일단 비 예보가 없으니 공사를 할 수 있을지도 몰라요!


즐거웠다.

 

덤으로 개인모의수업 키노트. 서울대학교 한국어 2 (초급)에 나오는 문법 'V~(으)려면 S' 이다. (클릭하면 다음 장으로 넘어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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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nyxity 2010.02.05 09:5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수고하셨습니다. captJayway님은 키노트 전문가!

  2. ida 2010.02.06 14:2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와아, 축하합니다! *^^* 선생님!

2010년 2월 2일 화요일

일상 2010.02.02 20:13 |
한국어교사양성과정 종합시험일이었다. 오전 수업이 없는 날이라 수미언니와 점심을 먹기로 했는데, 알람을 세 개나 맞춰 놓았는데도 늦잠을 자고 말았다. 눈 떠 보니 이미 열 시 반, 허겁지겁 언니에게 문자부터 보냈다. 약속이 몇 시간 전에 갑자기 취소되면 정말 싫은데......폐를 끼쳐서 죄송했다.

종합시험은 무난하게 쳤다. 이제 목요일이면 양성과정도 끝이다. 배우기도 많이 배웠고, 오랜만에 경쟁은 없고 열정과 사명감이 가득한 공간에서 배움의 즐거움을 만끽한 것이 무엇보다도 기분전환이 되었다. 한 달 내내 바빴지만 오히려 푹 쉰 기분이다. 내가 무엇에 스트레스를 받고 있었는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조금 더 알 수 있었다.   

금요일에는 다시 센터에 나가고, 저녁에 차선생님 병문안을 갈지도 모른다. 원래 오늘 갈 예정이었으나, 아직 중환자실에 계셔서 면회가 안 된다는 소식에 금요일로 일단 일정이 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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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ymundo 2010.02.03 22:2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고생많으셨습니다~

    • CaptJay 2010.02.03 23:4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고맙습니다. ^^ 꼬박 한 달 동안 매일 학교에 나갔으면서 Raymundo님을 뵙지 못한 것이 아쉽네요!

오늘은 국립국악원에서 사물놀이와 민요를 배우는 날이었다. 오전에 국립국악원에 갔다가, 오후에 언어교육원으로 가서 한국어교육과정론과 한국어 문법교육론 수업을 하는 일정이었다.

숨 쉴 자리도 없어 힘들었던 9호선인데, 오늘은 어째 금세 앉을 수 있었다. 멀리 가야 해서 걱정이었는데 운이 좋았다. 국립국악원 국악연수관의 커다란 방 같은 강의실에 같은 조 임선생님, 차선생님과 자리를 잡고 앉았다. 북, 장구 등이 많이 쌓여 있었다. 10시 50분까지 사물놀이 장단을 익히고, 외국인 학생들에게 한국 전통 음악을 어떻게 설명하는지를 강사님에게 배운 다음 북과 장구 중 쳐 보고 싶은 악기를 직접 골라 장단을 맞추어 보았다. 차선생님은 장구를 집어들어 죄며 동사무소 문화센터에서 좀 배웠다고 하셨다. 수업에 활용할 생각으로 비디오카메라나 사진기를 가지고 온 선생님들도 계셨다. 덜렁덜렁 빈 손으로 왔던 나는 쉬는 시간에 임선생님과 사진을 찍고, 임선생님, 차선생님, 마침 내 앞에 앉았던 다른 조 선생님 세 분의 사진을 두 장 찍어 드렸다.

민요 시간에는 선생님의 소리를 들으며 각 장단의 흐름을 익히고 '진도 아리랑'을 직접 끝까지 불렀다. 내 앞에 앉아 계시던 차선생님이 안 보여서 뒤를 보니 맨 뒤에 앉아 계셨다. '피곤하신가?'생각하며 수업을 마저 듣고, 끝나자마자 화장실에 가려고 서둘러 교실을 나섰다. 임선생님 차를 얻어 타고 언어교육원에 가기로 했는데, 밖에서 기다려도 임선생님이 나오시지 않아서 전화를 했다. 임선생님이 차선생님이 조금 편찮으셔서 병원에 모시고 가야 할 것 같으니 함께 못 가겠다고 하셨다. 나는 어쩐 일일까, 생각하며 역시 임선생님 차를 타기로 했던 최선생님과 다른 분 차를 얻어타고 학교에 왔다.

식사를 끝내고 교실에 들어가니 분위기가 이상했다. 편찮으시다던 차선생님이 뇌출혈로 구급차에 실려 가셨다는 것이다. 뇌출혈은 당사자도 바로 눈치 채지 못할 수도 있다고 한다. 맨 뒤에 가만히 앉아 계시니 다들 피곤하신줄로만 생각했다가, 수업이 끝나고 이제 일어나 가시자고 흔드니 이미 몸에 마비가 와서 말씀을 못 하시는 상태였다. 사모님께 연락이 가고, 양성과정 선생님 두 분이 구급차를 타고 병원까지 함께 가셨다.

같은 조인 차선생님은 이순의 연세로 이번 양성과정의 최연장자이시다. 젊어서는 종합상사에서 해외파견 관련 일을 하셨던 분이다. 뉴욕에서 여러 해를 살았으나 IMF로 한국 회사들이 해외사업 규모를 줄이면서 직장을 그만두게 되었다. 그 뒤로 점점 더 작은 회사로 옮기면서 직장생활을 계속하셨지만, 이제는 퇴직해서 돈보다는 주재원 경험을 살린 보람 있는 일을 하고 싶어서 양성과정에 왔다고 말씀하셨었다. 해외 파견 근무로 인해 직장 안에서는 손해를 보기도 했지만 외국에 살면서 한국을 알리고, 귀국해서는 한국인들이 해외에서 활동하는 일을 후방에서 지원하며 자부심을 느꼈기 때문이라셨다. 해외 거주 경험이 아이들에게는 도움이 되어, 자제분들이 좋은 대학을 졸업하고 번듯한 사회인으로 자란 것을 자랑스러워 하셨다. 

병원에 가신 분들에게서 간간히 연락이 왔다. 병원에는 갔으나, 수술을 끝내자마자 중환자실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데 중환자실에 자리가 나지 않아 오후 세 시가 넘었는데도 아직 수술실에 들어가지도 못하고 있다고 했다. 교회를 다니는 분들은 쉬는 시간에 기도를 했다.

수업은 조금 지연되었지만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 97년부터 한국어 강사를 해 온 교수님은 귀한 경험을 자세히 말씀해 주셨다. 나는 간담회에서 다른 사람들보다 긴, 그러나 육십 평생의 시간에 비하면 짧은 소개를 하셨던 차선생님, 익숙하지 않은 파워포인트로 모의수업 준비를 열심히 해 왔지만 지적을 많이 받고 "뉴욕까지 갔다 왔는데도 사투리는 안 고쳐지네요." 하고 머쓱하게 웃던 차선생님, 식당으로 걸어가며 "내가 잘 못해서......답답했죠?"하고 말을 건네던 차선생님, 쓰러지시기 한 시간 전까지 함께 이야기하던 차선생님을 생각하며, 떠올리지 않으려고 하며, 혹은 최대한 구체적으로 기억하려고 하며 앉아 있었다.

귀가길에는 지하철을 반대로 탔다. 정신을 차리니 방배역이었다. 나는 20대이다. 20대라는 나이는 얼마나 가벼운가. 젊음은 그 자체만으로도 얼마나 자연스럽게 오만한 것인가. 나는 반성도 괴로움도 답답함도 안타까움도 아닌, 그 한가운데의 어디쯤에서 허덕이며, 그저 무척 슬펐다.

-
27일 추가: 26일 저녁에 수술을 하셨는데 다행히 경과는 좋은 편이란다. 더 지켜보아야하지만, 일단 사람을 알아 보시고, 조금씩 말도 하려고 하신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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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ymundo 2010.01.28 16:4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쾌차하시길 기원합니다.

가장 긴장되는, 개인 1차 모의수업일이었다. 계속 바빴던 터라 몹시 피곤했기 때문에 수요일에는 귀가하자마자 일단 한 숨 잤다. 그리고 일어나서 교안을 다시 만들었다. 톡 튀는 부분이 있었으면 싶은데 좋은 아이디어는 떠오르지 않아 문법 제시와 연습 부분의 키노트만 일단 열심히 만들며 괴로워하다가, 자정 쯤에 메신저에 들어온 초천재 아우님에게 SOS를 쳤다. 내가 가르쳐야 하는 내용과 한국어 교재에 있는 예문 몇 가지를 설명하자 놀랍게도 멋진 제안을 쏟아낸다! 아우님의 얘기를 들으니 수업 후반부를 어떻게 진행해야 할지 알 수 있었다. 관련된 교구제작 링크와 파일도 바로 보내 주어서 한국어에 맞게 편집해서 완성했다. 아우님은 굉장하다. 현명하고 너그러우며, 열의와 재능이 있는 선생님이다. 직업인으로서 존경하고 있다. 아우님이 가진 장점은 소박해 보이기도 하는 것이어서, 예전에는 내 눈에는 저렇게 환히 빛나는 아우님의 장점을 사람들이 한 눈에 알아보지 못해 속상할 때도 있었다. 그러나 20대 중반에 접어들자 주위에서도 깨닫기 시작하는 것 같다. 아우님처럼 겸손한 성격이 못 되는 나는 속으로 거 보라며 우쭐거리고 있다.

그리하여 다 만들고 나니 새벽 6시. 화요일에 수업참관을 했던 덕분에 오전에는 수업이 없었다. 한 숨 자고 학교에 가서 정규수업을 들은 후 모의수업 발표를 했다. 프로젝터와 노트북을 연결하지 못해서 생각했던 대로 진행하지는 못했지만, 좋은 조언을 많이 들었고 다음 모의수업 시간에 어떻게 해야할 지 알 수 있었다. 담당 선생님이 아우님이 권한 대로 만든 교구를 보고 수업 시간에 쓰고 싶으니 나중에 파일을 보내 달라고 하셔서 뿌듯했다.

저녁에는 문지문화원에 갔다. 내가 특히 좋아하는 [젠더] 시간이었다. 날씨가 추운데도 많이들 출석해 주셔서 놀랍기도 하고 고맙기도 하다.

밤에는 너무 피곤해서 기절하듯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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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우님 2010.01.24 00:1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언니,고마워. 언니가 그렇게 말해 줄 때 마다 나는 더 나은 사람이 되고싶은 마음이 들어:)언니는 내 인생 최고의 멘토야!♥

  2. 세라비 2010.01.24 18: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제이님의 블로그를 통해 아우님의 블로그를 읽고 있는데, 정말로 아이들에 대한 사랑과 일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분인 것 같아요.

수업참관일이었다. 정장을 입고 머리를 넘겨 올린 다음, 어그부츠를 신고 구두는 따로 넣어 갔다. 이번에 참관한 수업은 총 6급 중 중급 정도에 해당하는 3급 반이었다. 학생 열두 명 교실에 참관교사 두 명이 들어갔다. 자신의 수업을 다른 사람이 와서 몇 시간 동안 지켜보고 있다면 꽤 부담스러울텐데도 교실을 공개해 주셔서 감사했다. 개인발표 지도안에 수업을 어떻게 진행하려고 하는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을 두 번이나 받았었다. 실제 수업을 보니 그 말씀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맡은 부분은 초급에 나오는 한국어의 'V (으)려면' 표현이다. 지도 선생님이 이 표현을 이용해서 학생들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들어 보라는 조언을 해 주셨지만 아직 아이디어가 전혀 떠오르지 않는다.

어제 투명인간처럼 있으라는 얘기를 들었으나, 내가 들어간 수업의 선생님은 수업 중간 중간에 우리에게도 질문을 하셨고, 학생들이 둘씩 짝을 지어 연습하는 부분에서는 학생과 짝을 지어 주셨다. 나는 김연아, 아사다 마오와도 친구사이라는 방콕에서 온 태국 학생과 짝이 되었다. 스케이팅 선수로, 세 살 때부터 스케이팅을 했고 안무도 짠다고 한다. 태국에서는 스케이트가 그다지 잘 알려진 스포츠가 아닌데 한국에 왔더니 다들 김연아를 알고 있어서 깜짝 놀랐단다. 9시에 시작하는 한국어 수업에 스케이트 연습을 하고 왔다니 대체 몇 시부터 훈련하는 걸까?; 한국에서는 스케이트 연습을 어디서 하는지 물어 봤더니 목동 아이스링크에도 가고, 안양에도 연습할 수 있는 곳이 있다고 한다.

의욕적인 학생과 의욕이 없는 학생, 자만하고 있는 학생과 그렇지 않은 학생들이 한눈에 보였다. 나도 교실에서 선생님들께 이렇게 맨얼굴을 드러내고 있으리라고 생각하니 무서웠다.

정장 입고 머리를 묶었을 뿐인데(원래 올렸는데 지하철에서 사람들에 치이면서 망과 핀이 뒤에서 당겨 떨어졌다) 사람들이 놀랄 만큼 못 알아봐서 조금 재미있었다. 같은 팀 분들도 한 박자 쉬고 "......아!" 하는 반응. 함께 참관수업에 들어간 분은 4시간 동안 둘이 나란히 앉아 수업을 들은 후 함께 점심을 먹을 때까지도 내가 누구인지 몰랐던 모양이다. 휴게실에서 샌드위치를 먹던 중에 우리 팀 분을 보고 내가 인사를 하자(그 분도 한 박자 쉬고 "어어, 아? 아, 선생님!") 그제서야 "아, 선생님이 그 선생님이었어요?" 하고 깜짝 놀랐다. 그 뒤에도 "이런 사람이 있었나?"하는 표정으로 보는 분들께 두 손을 주먹쥐어 귀 밑에 갖다 대며 양갈래 시늉을 하면 "아!"하는 반응이 돌아왔다. 따지자면 3주 째라고는 해도 다들 종일 수업을 듣는 것만으로도 벅차 서로의 얼굴을 자세히 관찰할 기회는 그다지 없었던 탓이 크겠지만, 이거 무슨 변신물도 아니고......

오후에는 한국어 이해교육론 수업을 들었다. 기억에 남는 이야기를 하나 써 둔다. 학생들 중에는 언어를 배우면서 규칙화, 조직화를 하려고 하는 경향이 강한 이들이 있다. 이런 학생들의 경우 종이는 한 '장' 인데 책은 왜 한 '권' 이라고 하는지를 묻거나 한다. 가르치다 보면 이런 식의 질문을 하는 학생을 분명 만나게 될 텐데, 이럴 때에 교사는 모든 것의 이유를 설명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해서 무리해서 답을 찾으면 안 된다. 언어는 조직화된 것이기 때문에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언어가 먼저 있고, 그 언어를 더 쉽게 사용하고 익히기 위해서 문법이나 각종 규칙들로 조직화된 것이다. 따라서 이와 같은 질문을 받았을 때에는 옛부터 그렇게 쓰여 왔던 것이라고 답하면서 가능하다면 질문한 학생이 이해할 수 있는 다른 언어나 모어의 예를 들어 주면 좋다. 선생님이 드신 예는 영어에서 cabbage를 head로 세는 것. 보통 이런 예를 들어주면, 지금까지는 눈치채지 못했지만 자신의 모어에도 조직적인 근거를 댈 수 없지만 계속 사용되어 온 표현들이 있음을 깨닫고 납득한다고 한다.

아참, 그리고 오전에 참관한 수업에서 어느 학생이 질문해서 알게 된 것인데, '천만에요'의 '천만'의 뜻은 '천 번 만 번 아니에요(괜찮아요)'라는 의미였다. 나는 당연히 한자가 다르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한자는 똑같이 千萬이다.

저녁에는 무척 피곤했지만, '오늘의 메뉴' 사이트에 학생회관 저녁이 순두부 찌개라고 나와 있었기 때문에 학생회관까지 열심히 갔다. 그런데 가서 보니 '두부김치'였다. 아아, 자정에 메뉴를 확인한 다음부터 저녁에 학관 순두부찌개 먹을 생각으로 버텼건만 두부김치라니! 슬퍼하며 인삼곰탕을 먹었다.

집에 와서는 피곤해서 한 숨 잤다. 한 시간 알람을 맞춰 놓고 누웠는데 어찌나 곤히 잤는지 눈 감자마자 알람이 울린 것 같았다. 내일 문법시험을 보기 때문에 책을 한 번 훑어본 다음 일기를 쓰고 있다. 피곤해서 못 버틸 줄 알았는데 무사히 지나간 듯 하다.

내일은 정치적 병역거부를 선언한 동기 현민의 구형공판일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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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잘 자지 못해서 피곤한 하루였다. 내일 수업참관이라 8시 50분까지 가야 한다. 아무래도 정장을 입어야 할 것 같은데 엄두가 나지 않는다. 구두를 넣어가서 언어교육원 앞에서 갈아신을까, 그냥 구두를 신고 갈까, 아니면 편하게 입고 갈까 고민 중이다.

오늘은 사회언어학 수업과 한국어 발음교육에 관한 수업을 들었다. 공부를 할수록 한국어에 자신이 없어진다. 잘 하고 싶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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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동진님 생일이었기 때문에 아점을 먹으러 시부모님과 형님, 시조카들이 왔다. 콩나물북어국을 끓였는데 어머니가 해 주시는 것처럼 맛있지 않아서 낙담했다. 마지막에는 결국 좌절해서 국선생을 투입했다.

어머님께서 내게 하고 싶은 잔소리를 식사 기도문에 넣으시는 것을 들으며 속으로 웃었다. 점잖고 너그러운 분이다. 내가 생각하기에 우리 집의 고부관계는 평균 50점으로, 내가 10점에 어머님이 90점이다.

신이 기도를 듣고 있다고 믿지 않는 나는, 다른 사람이 소리내어 하는 기도를 들을 때마다 그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욕망과 치부를 억지로 마주하는 것 같아서 당혹스럽고 불편하다.

이 생각을 하다 보니 양성과정에서 들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생각났다. 주기도문을 보면 주격 조사로 '이'만 쓰고 있는데, 이것은 한국어의 주격 조사 중 '가'가 훨씬 뒤에 나온 것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한국어에서는 받침이 없는 주어에는 조사로 '가'를, 받침이 있는 주어에는 '이'를 붙이는데, 이중 '가'는 중세 국어에 이르러서야 나온 것으로 그전에는 '이'만을 사용했다. 개신교는 근대에 이르러서야 한국에 들어왔으니, 개신교 기도문이 번역된 시점에는 이미 주격 조사 '가'가 널리 쓰이고 있었다. 그런데도 주기도문에 비문법적인 '이'를 쓴 것은 종교 기도문의 특수성 때문이다. 한국어 주기도문 뿐 아니라 많은 종교에서 기도문은 언어의 원형에 가깝게 만들어지거나 번역되어 있다. 신은 (인간 식으로 따지자면) 아주 나이가 많을 테니, 고어에 가까운 기도일수록 신에게 잘 들리리라는 인간의 소박한 바람에 기인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다.

시조카들은 한창 아지트 만들기에 재미를 붙인 나이라 들어오자마자 소파와 탁자 사이에 담요를 걸고 아지트부터 만들었다. 나도 식탁과 의자 사이에 보자기나 이불을 걸고 아지트를 열심히 만들던 때가 있었는데 싶어 어릴 적 생각이 많이 났다.

함께 점심을 먹고, 형님이 가져 오신 딸기와 시부모님이 가져 오신 케이크를 먹었다. 동진님은 출근하고, 나는 소소한 집안일을 하고 한국어 개인지도 시간에 쓸 텍스트를 골라 학생에게 이메일로 보냈다. 밤 12시 마감인 문법교수 수업지도안 수정본을 간신히 마감에 맞춰 보낸 다음, [사무라이전대 신켄쟈] 제46화를 보았다. 자신에게 아무 것도 없다고 느낀 시바 타케루는 쥬조와의 일전에 몸을 던지고, 시타리는 도코쿠의 부활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반 나누어 초 힘센 아야카시를 인간 세상에 내보낸다. 죽는 것보다는 반쪽 짜리 목숨으로라도 사는 것이 낫다는 시타리의 절규가 귀에 남는다. 중간중간 미묘하게 힘을 준 특수효과들이 등장했다.

어쩐지 길고 피곤한 하루였다. 내일이 월요일이고 화요일에는 수업참관, 수요일에는 문법시험, 목요일에는 개인발표가 있다니 아득하다.

그러고 보니 어젯밤에도 학교가 나오는 악몽을 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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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18 11:01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2. Raymundo 2010.01.19 20: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학교가 나오는 악몽ㅎㅎㅎㅎ 저도 너무 자주 꿔서 미치겠어요ㅎㅎㅎ

    건프라 얘기를 보니 여러가지 생각이 나는게...

    아들이 만든 프라모델을 손자가 만지려는데 못 만지게 하시는군요. 일단 이게 좀 신기했어요, 그 대상이 프라모델이라는 점에서 말이죠.

    제가 중학교 때 미술과제로 아크릴판과 우드락 등으로 만든 우리집 모형을 적당히 부수고 (검사 끝난 거니), 로봇 프라모델 두어개를 넣어 나름 포즈도 멋지게 잡아서 본드로 고정시켜놓고 아주 흐뭇하게 보관하고 있었는데... (나름 피규어랄까ㅎ)

    어느날 학교에서 왔더니 집에 엄마 친구분들이 놀러왔다가 그 집 꼬맹이들이 갖고 놀려고 잡아당겨서 집은 집대로 뜯기고 프라모델들도 부숴져 있고!!!

    엄마에게 항의했으나... 당연히 다큰 애가 그런 거 가지고 징징댄다고 혼만 난 기억이 ㅠ,.ㅠ 아아 잊고 있었던 아픈 기억이 되살아나버렸군요.

  3. 2010.01.19 21:45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점심 때 개인지도 할 학생 분을 만났는데 법학대학원생이었다. 한국어교사양성과정에 지원할 때 로스쿨 재학중임을 쓰지 않았으니 정말 우연한 배정이다. 한국어로 이미 석사공부를 하고 있는 만큼, 한국어도 거의 능통하고 자신도 있어 보였다. 연세대에 다니고 있다고 했더니 얼마 전에 신년하례식에서 연대 법대 교수님을 만났다며 "김, 김....."하고 기억을 더듬더라. 불안감이 엄습했다. 아니나다를까, 학생이 보여 준 명함에는 김마X 교수님의 성함이......서울대 신년하례식에 가서 우리 학교에도 서울대 출신들이 있지만, 서울대 출신이라고 해서 꼭 잘 잘 하지는 않더라는 드립을 치고 갔다고 하셨단다.

내 얘기닼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어쨌든 마침 둘 다 법 공부를 하고 있으니 전공에 관한 텍스트로 개인지도를 해 보기로 했다. 서로에게 도움이 되면 좋겠다.

발표수업은 임선생님의 훌륭한 발표 덕분에 잘 끝났다. 말씀하시면서도 계속 수업에 관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시는 모습에 감탄했다. 오늘은 발표 수업일이라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끝났다. 동원관 1층의 '오 키친'에 처음 가 보았다. 브로콜리 수프와 마늘치킨 리조또를 먹었는데, 양을 잘 몰라 과하게 주문해버려 리조또를 조금 남겼다. 문지문화원에 여유있게 도착해 안심했다.

밤에는 낮에 있었던 일 때문인지 또 학교가 나오는 꿈을 꾸었다. 종강한지 이제 한 달이 되었는데 아직도 학교가 나오는 꿈을 계속 꾼다. 패턴은 거의 같다. 질문에 답하지 못하거나, 교실에 들어갔더니 더 무서운 교수님으로 바뀌어 있거나, 뒷문이 없는 교실인데 지각을 해서 앞문으로 들어가지 못해 망설이거나 들어가서 혼나거나, 성적경쟁이 생사를 건 경쟁으로 발전하거나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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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추웠다.

그렇지만 동원관의 메뉴가 영 마음에 들지 않아서 학생회관까지 가서 학관 C로 안동닭찜을 먹었다. 나는 서울대 학생회관의 C메뉴를 정말로 좋아한다! 녹두에 살 때도 지칠 때면 셔틀을 타고 학교에 올라가 C메뉴를 먹고 돌아오곤 했다. 지금에서야 고백하자면 작년에 너무 힘들어 참을 수가 없어졌을 때, 연대 앞에서 무작정 버스를 타고 서울대까지 가서 학관C를 먹은 적도 있다. 그런데 막상 가 보니 하필이면 그날따라 학관C메뉴는 동나고, 원래 메뉴가 다 팔렸을 때면 나오는 돌솥불고기밖에 없었다......돌솥불고기를 보는 순간 꽤 진심으로 내 인생 뭐 이래, 하고 생각했었다. (학관 C 돌솥불고기를 싫어하지는 않는다)

언어교육원에서 학생회관은 꽤 멀어, 열심히 걸었는데도 먹고 바로 돌아오니 점심시간이 끝나 있었다. 아참, 학관 식당 안에 들어와 있던 비둘기가 갑자기 날아올라 꽤 소란이었다.

팀 발표 키노트 담당이라 다른 분들의 자료로 임선생님이 수업안을 완성해 밤10시까지 보내주시면 그때부터 키노트를 만들기로 했는데, 10시가 되어도 메일이 오지 않았다. 빠듯한 일정에 일부러 늦게 보내려고 하신 것도 아닐 터인데다 너무 피곤해서 알람을 맞춰 놓고 잠들었다. 깨어 보니 새벽 한 시가 가까운 시각이었는데, 다행히 자정쯤 메일이 와 있었다. 새벽 두 시 반까지 키노트를 만들고 다시 잠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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팀 과제에 열중하느라 오늘 자정까지 개인 발표를 위한 문법수업 지도안을 제출해야 하는 것을 깜박하고 있었다. 낮에 임선생님에게서 듣고 뒤늦게 생각나, 저녁에 집에 와서 허겁지겁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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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눈이 오지 않았다. 어제 늦게 잠든 탓인지 일어나기가 무척 힘들었다. 아슬아슬한 시각까지 베개를 붙들고 있다가 간신히 일어나, 빵과 커피로 아침식사를 한 후 급히 집을 나섰다. 지하철에 제 시각에 타기는 했지만 사람이 너무 많았다. 이번에도 당산역에서 못 내릴까봐 걱정했으나 엉망진창이 되긴 했어도 내리긴 내렸다.

오늘 수업은 한국어어문규정과 외국어교수법이었다. 한국어어문규정 수업은 매우 유익했다. 한글맞춤법의 원리에 관해서도 새로운 사실을 많이 알 수 있었다. 어휘어법 관련 수업들이 내게는 가장 즐겁다. 선생님이 정말 좋은 사전이니 가르쳐 주기도 싫다며 한참 뜸을 들이다가 추천한 책([서울대 임홍빈 교수의 한국어 사전])이 이미 갖고 있는 것이어서 실망했지만;; 다른 추천도서들도 많이 알게 되었다. 외국어교수법 관련 수업은 교수이론에 관한 수업이었는데 상황과 대상에 맞는 수업을 어떻게 할 것인지 고민해 볼 수 있었다는 점은 좋았지만 각 교수법 이론의 특징과 장단점을 죽 나열한 구성은 조금 지루했다. 내용 자체가 한국어교사자격시험의 객관식 문제에 대비한 부분 같은 느낌이다보니 어쩔 수 없었다고 생각한다. 선생님이 한국어 교사로 일하면서 겪은 실제 교실 상황에 관한 이야기나 학생들이 공부한 자료들은 참 흥미로웠다.

길에 차들이 많이 늘어났다. 귀가길에 교통체증으로 꽤 고생했다. 내일 오전부터 다시 더 추워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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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Raymundo 2010.01.12 13:35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프로필 사진ㅎㅎㅎㅎㅎㅎㅎㅎㅎ 다시 봐도 참 유쾌합니다, 근데 얼굴을 반쯤 목 쪽으로 집어넣은 상태인건가요?

시부모님과 점심을 먹고 동진님표 커피를 함께 마셨다. 두 분이 가신 후에는 시부모님이 오신다고 급하게 치운 거실에서 아이폰을 가지고 놀았다. 어떤 블로깅이라도 진지하지 않아 보이게 할 만한 훌륭한 짤방을 찍고 오후 2시에 이미 알찬 하루를 보낸 듯 뿌듯한 기분이 되었다. 프로필 사진에 올렸다. [폭룡전대 아바렌져]의 엔딩곡에 맞추어 꿈틀거리는 모습이다. [폭룡전대 아바렌져]의 엔딩곡은 언제 들어도 웃을 수 있는 좋은 노래다. 멋으로야 2004년의 데카렌져가 한수 위지만, 아바렌져 엔딩곡의 후렴구가 갖는 엄청난 중독성이란! 예전에 만화 [감독 부적격]에서 이 노래를 흥얼거리며 운전하는 장면을 보고 그 기분을 알겠어서 한참 웃었다.


(50초 정도부터는 꼭 보시길!)

동진님은 교회에 가고 나는 집에서 맥북에어를 만지작거리며 놀았다. 어제 좀 쉰 덕분에 한결 기운이 났다. 동진님이 저녁으로 빵과 슈크림을 가지고 돌아와 함께 맛있게 먹고 [판타스틱] 기획기사 관련 인터뷰에 답을 써 보냈다. 문지문화원 강의 내용도 정리해서 올렸다.

그 뒤에는 동진님과 함께 [사무라이전대 신켄져] 제45화를 보았다. 타케루가 그림자 무사라는 사실이 밝혀지고 시바 카오루가 당주의 자리에 올랐다. 시바 카오루 꽤 박력있다. 내가 사무라이라면 정말 괴로울 것 같다. 세상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짐)을 안고 있는 10대 청소년들에게 저렇게 큰 스트레스를 주는 것은 매우 비효율적이고 반인권적이라는 생각도 했다. 어쨌든 코바야시답게 이야기를 잘 뽑아내서 '으흑흑, 타케루우우우우우우!체에엣, 멋지잖아아아아!'라고 외치면서 몰입해서 보았다.

당주의 핏줄이니 정당성을 가진다는 설정 자체에는 역시 거부감이 든다. 물론 모든 것을 알고 계신 코바야시 님은 시바 카오루가 모지카라에의 통제력이나 싸움 실력에서도 뒤지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었지만, 결국 시바 카오루를 당주로 만든 것은 그 핏줄이니.......으흑, 타케루우우우우우우!

밤 9시까지 임선생님께서 교안을 만들어 보내주기로 하셨는데, 9시 좀 넘어서 시간에 못 맞추겠으니 일단 이걸로 보라고 파일이 왔다. 꽤 시간이 걸렸을 번거로운 결과를 보고 송구했다. 받은 대로 스물 몇 장을 출력하긴 했지만 비전문가이다보니 이건 왜 여기 있고 저건 왜 저기 있는지 잘 알 수가 없어서 키노트를 만드는 데 생각보다 시간이 훨씬 오래 걸렸다.(월요일에 학교에 가서 여쭤보니, 조금 예상했던 대로; 교안 만드는 과정 파일들을 일단 보라고 모두 함께 보내셨던 것이라 한다) 길어질 것 같아 토요일 밤에 동진님이 장을 봐 온 채소들을 다듬어 화이트와인 소스 파스타를 만들어 먹었다.

새벽 두 시 반 쯤 대충 마무리했다. 결과물은 그럭저럭 마음에 든다. 바쁘지만 평화로운 일요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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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야니 2010.01.12 13:12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아바아바아바아바아바렌~쟈~♪
    (이미 나는 중독됐다!)*흥얼흥얼*

2010년 1월 8일 금요일

일상 2010.01.08 23:29 |
 어제는 이런저런 밀린 일들을 하고 보니 새벽 세 시가 넘어 있었다. 네 시 즈음에야 잠든 것 같다. 오전 7시에는 일어나야 했으니, 거의 못 잔 셈이다.

제시간에 나오긴 했으나, 8시를 적당히 넘긴 시각에도 지하철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결국 당산역에서 못 내리고 여의도역까지 휩쓸려 갔다가 반대 방향으로 돌아왔다. 아침부터 진을 뺴는구나.

오늘은 한국어 어휘론과 문법론 수업이었다. 둘 다 매우 재미있고 한국어교수법 학습 뿐 아니라 내 글쓰기에도 도움이 되는 수업인데, 너무 피곤해서 정신을 차리기가 힘들었다. 점심은 행정대학원에 있는 동기 은영과 동원관에서 먹었다. 은영이 이름을 '선용'으로 개명했다. 이런 경우에는 새 이름으로 불러주는 것이 좋다고 하니, 앞으로는 새 이름에 익숙해지기 위해 자주 써야겠다. 식후에는 언어교육원 Fanco에서 커피를 마셨다.

당장 다음 주 목요일에 기능교수 발표를 한다. 수업이 모두 끝난 후에는 간담회가 있었다. 함께 저녁을 먹으며 안면을 트는 시간이었다. 이 과정에 참여한 동기도 이유도 다양하고, 나이대도 다양해서 (05학번 졸업예정자부터 48년생 어르신까지!) 아주 흥미로웠다. 우리 팀에는 영어선생님 두 분, 일본어 동시통역을 하셨고 지금은 비교사회학을 공부하시는 분, 해외주재원이셨다가 이제 자녀들을 모두 키우고 퇴직하신 분이 계신다. 나는 교안 작성이나 교육이론에 대해 거의 아는 것이 없기 때문에 팀에 누가 될까봐 애당초 프레젠테이션 제작을 맡았는데, 22년 4개월 교직경력의 베테랑 임선생님께서 교안 작성은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으니 모두 해 올 수 있다고 나서 주셔서 다들 마음의 짐을 한결 덜었다. 임선생님은 어렸을 때부터 선생님이 꿈이었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늘 나는 꿈을 이룬 사람이라고 한다고 하셨다. 아우님 생각이 났다.

피곤해서 헬레벨레한 상태로 귀가하니.......이 분이 기다리고 있었다.





동진님이 결혼 전에 약속했던 결혼선물, 맥북 에어! 마땅히 쓸 노트북이 없어서 작업할 때 불편했는데 이번에 동진님이 선물해 주셨다.

동진님, 그동안 고마웠어요. 이 노트북을 볼 때마다 우리의 아름다웠던 지난날을 추억하며 행복하게 살게요. (으응?)

크기 때문인지 실제 무게보다 가볍게 느껴진다. iwork도 깔고, 동진님을 인간 도움말로 활용하면서 이것저것 만져 보고 있다.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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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7일 목요일

일상 2010.01.07 23:32 |
오늘도 추웠다. 문지문화원 개강일이기 때문에 정장을 입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도저히 스타킹만 신고 집을 나설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겹겹으로 껴입고 어그까지 신고 출동했다. 역시나, 그래도 춥더라.

한국어교사양성과정에서는 모의수업 실습을 위한 설명을 들었다. 팀별 모의수업(기능교수) 실습은 읽기 고급과정 팀이고 개인 모의수업(문법교수)은 한국어 2 과정이다. 우리 팀은 다섯 명이서 한 조로, 당장 다음 주 목요일까지 강의안을 작성해서 발표를 해야 한다. 기능교수 실습은 강의안 발표 한 번, 실제 모의수업 한 번이고, 문법교수 실습은 모의수업 두 번인데 두 번째에는 한국어교실을 다니는 외국인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한다. 그 외에 한국어 교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1:1 개인교습 실습도 해야 하는데, 이것은 실습을 중시하는 서울대 과정에만 있다고 한다.

개강일인데 문지문화원까지 제 시간에 못 닿았다. 일단 산에서 내려오는 데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린다. 걸어 갈 수는 없고 어떻게든 차를 타기는 해야 하는데, 학교 도로 사정이 엉망인데다 기사님들이 식사하시는 시간대라 예상보다 차가 너무 안 왔다. 늦을까봐 저녁도 안 먹고 수업 끝나자마자 쌩 하고 갔는데 지각하다니......또 눈이 온다는 예보에 걱정이 태산이다.

강좌에 참 많은 분들이 오셔서 깜짝 놀랐다. 번역한 책을 감명 깊게 읽어주신 분들도 있어서, 감동했다.

집에 와 보니 어머니가 준비해 주신 카레와 딸기, 빵이 있었다. 딸기와 빵을 허겁지겁 먹고 모의수업 우리팀 주소록을 만들었다. 일정이 빠듯하니 서둘러 시작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서 맡아 왔다. 작업하는 김에 다른 분들도 함께 쓸 일정표도 만들었다.

내일은 한국어 어휘와 문법 수업일이다. 아흑, 좋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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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1월 6일 수요일

일상 2010.01.06 23:53 |
오늘 수업도 매우 재미있었다. 한국어문법을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내용도 흥미롭지만, 선생님들이 모두 수업을 정말 잘 하셔서 수업을 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은 자극이 된다. 어떻게 하면 내가 아는 것을 잘 설명하고 전달할 수 있을지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

점심과 저녁 모두 동원관에서 먹었는데, 점심 때 뭘 잘못 먹었는지 너무 추워서인지 배탈이 나서 저녁에 몹시 고생했다. 아스님 댁에서 보고 마음에 꼭 들어 샀던 보덤 티포트와 [백만 광년의 고독] 저자증정본이 왔다. 사진보다 실물이 예쁘게 잘 나왔다.

[백만 광년의 고독]에 [입적]을 실었는데, 방금 다시 읽다가 바뀐 문장을 발견하고 매우 당황헀다. 글 전체에서 가장 힘을 실어 쓴 문장이기 때문에 교정지에서 놓쳤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교정지를 확인해 보니 거기서부터 달라져 있다. 내가 못 본 것이다. 문법적 오류가 없는 단어를 편집 단계에서 굳이 의미가 다른 말로 바꾼 이유는 모르겠지만, 내가 교정지에서 보고 원래대로 되돌리기만 했으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작가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지 모르는 대안을 제안하는 것이 편집부의 일이고, 채택할지 여부를 고민하고 결정하는 것이 내 일이니 이것은 온전히 내 책임이다. 대체 어째서 이걸 못 봤는지 스스로 납득이 안 된다. 아마 달라진 부분을 알아보는 사람도 나 정도밖에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위로는 되지 않는다. 너무 속상해서 조금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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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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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10.01.07 09:56 Address Modify/Delete Reply

    비밀댓글입니다

    • CaptJay 2010.01.10 20:1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며칠 지나면 나아질까 했는데 역시 속상한 건 속상한 거라서 그 페이지는 펴보지도 못하겠네요. 으흑흑. 지나간 일을 어쩌겠습니까마는.....;ㅁ;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의 [외국인 한국어교사양성과정] 개강일이었다. 첫날 먼 길을 가야 하는 터라 전날 밤부터 기합을 넣고 준비헀으나, 폭설로 비명이 울리는 지옥이 된 9호선을 타고 당산역에서 머리를 쥐어뜯기며 내린 후 정신이 혼란해져 습관적으로 신촌행 2호선을 탄 다음(그새 이쪽 방향을 습관적으로 찾는 자신에게 조금 놀랐다) 홍대입구역에서 반대로 돌아 도보 속도의 2호선을 타고 서울대입구역까지 간 다음 눈길을 헤치고 행정대학원 강의실에 도착하자 10시 58분이었다. 모자에 눈이 아니라 얼음덩어리가 얼어붙어 있더라. 9시 30분에 개강할 예정이었으나 강사님도 제때 도착을 못 하셔서 11시를 한참 지나서야 수업이 시작되었다.

강의는 매우 재미있었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잔뜩 들어서 잊기 전에 정리해 두고 싶은데 지금은 피곤하니 나중에. 특히 언어학 개론 수업을 들으면서 철학을 계속 공부했다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꼭 철학이 아니라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 순수학문에 가까운 지식에서만 느껴지는 고양감과 인문학적 자극에만 선명하게 반응하는, 머리 끝이 저릿해지는 것 같은 황홀한 쾌감이 분명히 있다. 무언가를 배우고 있다, 알아가고 있다는 행복에 가까운 만족감도 오랜만에 느꼈다. 그러나 철학과 석사를 갔다면 (내게 학자로서의 창조적 재능이나 끈기가 그다지 없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행복하게 살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언젠가 돌아보며 가지 않은 길 운운하는 날이 올지도 모르지만, 역시 아직은 후회도 미련도 없다. 나는 행복하기 위해 더 많은 것을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 이 사실을 죄책감 없이 긍정하며 살고 싶다.

학생 중에 대단히 난감한 분이 계셔서 앞으로의 수업이 걱정스럽다. 틀림없이 가르치는 일을 이미 하고 계신 분이리라고 생각한다. 강사의 말을 자르고 뜬금없이 자신의 주장을 펴거나(예: 언어는 변하는 것이므로 '선릉'을 [설릉]으로 발음할 필요가 없다./ 나는 '자장면'표기에 반대하고 [짜장면]이라고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etc.), 강사에게 반 농으로라도 면박을 주는 모습이 당황스러웠다. 심지어 저녁 오리엔테이션 시간에는 오늘 배운 것 중에 별로 도움이 안 되는 것도 있는 것 같은데(!), 그냥 종합시험을 위한 키워드를 먼저 가르쳐 주면 안 되느나고까지 해서 들으면서 기겁했다. 아, 영어 할 줄 아는데 영어를 써서 실습 수업 준비하면 안 되느냐고도 하시더라. 다른 것은 차치하더라도, 조별로 실습 과제를 준비해야 하기 때문에 제발 같은 조에 배정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다. 내게는 양성과정을 재수강할 시간적 여유도, 이런 분과 융통성 있게 맞춰 나갈 만한 성격적 여유도 없으니 운이 좀 따라 주길 바라고 바랄 뿐이다.

학생의 자세에 대해서 많이 반성했다. 타인이 자신의 말을 경청하리라는/해야 한다는 확신, 자신의 지식과 지위에 대한 자신감, 자신의 질문이 다른 학생들에게도 시간을 할애해 들어야 할 만큼 중요하리라는 의심 없는 태도......결국은 자신이 학생인 자리와 선생인 자리를 구분하지 못해서 생기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나는 속으로 짜증을 내는 한편, 나도 십수년 뒤에는 저런 사람이 될지도 모른다는 불편하면서도 무섭도록 현실적인 두려움을 느꼈다. 오늘 보고 생각한 것들을 잘 새겨 반면교사로 삼아야겠다.

귀가길에는 김포공항 행 리무진버스를 탔다. 도로교통 상황에 비해서는 수월하게 들어온 것 같다. 하루가 정신없이 지나가서인지 오랜만에 모교에 들어가서인지 몰라도 이제야 피로감이 몰려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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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Captj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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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는 새벽 네 시에 잤다. K사 교정지를 끝냈고 역자 후기와 관련된 메일을 두 통 썼으며, C사의 역자소개와 OK교, 역자후기 수정본을 보냈다. 대충 일이 조금 줄어들긴 했으나 남은 것 중 가장 큰 일인 K사 보충번역이 덜 끝나서 초조하다. 오늘 밤에는 내일이 마감인 물권법 2차 보고서 과제를 해야 하는데, 피곤해서 한 숨 자고 일어나 브라우니를 슥삭슥삭 구웠다. 70% 유기농 다크 커버춰, 국산 호두와 블루베리, 맛밤, 흑설탕을 넣은 브라우니에서 달콤한 초콜릿 향이 난다. 아아, 시험기간의 향기다. (아님)

서울대학교 언어교육원의 한국어교사 양성과정 20기에 합격했다. 1월 4일부터 한 달 동안 전일(오전 9시~오후 6시) 수업이니 2010년에는 연초부터 무척 바쁘겠다. 꽉 찬 일정은 걱정스럽지만 배울 기회를 얻어 기쁘다. 가방끈만 어중간하게 길 뿐 현장에서 활용할 만 한 전문성이 없다는 고민을 계속 하다가, 여러가지를 고려했을 때 이번 겨울방학이야말로 적기라는 생각으로 지원했다.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제대로 살고 싶다. K사 교정지를 보면서 새삼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내가 이 책을 소개한다는 사실이 자랑스럽다. 그래, 이 책은 분명 나의 자랑이다. 지금까지 냈던 다른 모든 책들과 마찬가지로. 그리고 다른 모든 책들과 마찬가지로 이 책 역시 나의 삶은 아니다. 손쉬운 답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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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byun 2009.12.11 22:1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더 나은 사람이 되고 싶고, 더 제대로 살고 싶다.
    고 따라서 중얼거려 봅니다.

    좋은 말을 얻었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