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니즘 님, 해망재 님, 세이 님, 돌균 님이 사무실에 놀러 오셨다. 개업 기념(?) 방문이었다. 돌균 님의 퇴근을 기다려 함께 회사 근처에 있는 일식 주점에 갔다. 며칠 전에 동진님과 함께 가서 꽤 마음에 들었던 곳이다. '카츠라'라고 하는데 체인인 듯. 








함께 술을 마시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집회에 다녀온 뒤라 몸도 식고 마음도 많이 가라앉아 있었는데, 좋은 분들과 맛있는 음식을 실컷 먹으며(접시가 나오는 족족 사라졌다!) 놀았더니 힘이 많이 났다. 막차 시간 다 되어서야 허겁지겁 정리하고 귀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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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 청량리역에 가서 풍기행 무궁화호를 탔다.

소백산 천문대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이론물리센터(APCTP)와 한국천문연구원이 공동 주최한 [과학과 문화예술 융합워크숍]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원래는 어제부터 2박 3일로 진행되는 행사인데, 어제 접견 때문에 부득불 1박 2일로 참가했다.

 
3년 만이었다. 올라가는 길에 나처럼 후발대로 오신 다른 작가님과 같은 차를 탔는데, 알고보니 [콘스탄쯔 이야기]의 김민정 작가님이었다. 좋은 분을 만나서 굉장히 기뻤다.

세미나도 재미있었고, 여러모로 지금 나에게 필요한 시간이었다는 느낌이었다. 작가로 생각하고, 작가로 보이고, 작가 일을 하고.......그런 시간이 굉장히 절실히 필요했다. 필요하다. 두루두루 좋은 자극을 받았고, 행복했다.

재미있는 일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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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진님과 동네 영화관에서 조조로 [루퍼(Looper, 라이언 존슨 감독, 2012)]를 보았다. 시간여행을 소재로 하였고 브루스 윌리스와 조셉 고든-레빗이 나온다는 것 외에는 아무 정보 없이 보았는데, 예상과 상당히 다른 영화였다. 예매할 때 '19금 관람가'라고 떠서 왜지 싶었는데, 시작하고 몇 분 지나지 않아 이해했다.; 사람이 너무 많이 죽어서 보기가 조금 힘들긴 했지만, 설정이 좋고 깔끔한 영화라 만족스러웠다. 살짝 B급 SF 감성이 있었고. '나도 이런 거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인터넷에서 '다른 배우들은 모두 루퍼에 출연중인데 브루스 윌리스만 익스펜더블에 출연중'이라는 평을 발견하고 한참을 웃었다. 이 정도 되는 SF영화가 매달 한 편 씩 나와서, 동진님하고 매달 한 번씩 조조로 볼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으로는 동진님표 카레를 먹었다.

토요일 밤에는 왠지 열아홉 스물 이럴 때 동진님이랑 같이 갔던 곳들, 연인이 되기 이전에 함께 보았던 것들, 지금은 사라진 가게들, 안 간지 오래된, 한때는 지주 찾았던 데이트 장소, 했던 어린 얘기들이 떠오르며 가슴이 먹먹해지고 막 눈물이 났다. 그래서 동진님을 끌어안고 훌쩍훌쩍 울었다. 한 인간의 삶에 어떻게 이렇게 압도적으로 중요한 타인이 존재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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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에 SF와도 조금 관련이 있는 방송 기획 제안이 하나 들어와, 오늘 담당자 분들을 뵙기로 하였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처음으로 가 보았다. 저녁에 있을 서대문 자연사 박물관에서 주최하고 [어린이와 문학]이 함께 기획한 SF 릴레이 특강에도 가기로 했던 터라, 겸사겸사 약속을 같은 곳으로 잡았다.

방송 건은 미묘한 데가 있었으나, 오랜만에 SF나 과학,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생각할 수 있었던 점이 좋았다. 쩍쩍 갈라진 땅에 단비 맞는 기분으로 그냥 들었다. 지금은 할까말까 싶은 일이 글에 관한 것이라면 하는 편이 나은 시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방송국 분들을 뵌 다음에는 상준 님, 임어진 편집주간 님, 관장님과 박물관 근처에서 저녁을 먹었다. 김치찌개를 먹었는데, 조미료를 얼마나 많이 넣었는지 목이 타고 콧물이 났다.

서대문자연사박물관에 처음 가 보았다. 하루에 1500명 정도가 찾는다고 한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다른 자연사 박물관이 없기 때문에, 사실상 국립 자연사 박물관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단다. 그래서 학습자들을 위해 주제 등이 아니라 연도순 편재를 해 놓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바로 앞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서 여기 사는 사람들은 좋겠다 하였더니, 박물관 방문객이 너무 많아 단체버스로 길이 막히는 등, 주변 주민들의 불편이 상당하다고 한다. 지금은 주민들이 내부의 커피숍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1층을 완전 개방한 상태.

저녁 식사 후에는 상준 님의 강연을 들었다. 상준 님이 이렇게 다른 사람들 앞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몇 년 만에 보았다. 6주차에 나도 강연을 하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수강생들의 구성도 보고 내용도 참고할 겸 하여 청강을 했다. 자신이 잘 아는 좋아하는 것을 쉽고 분명하게 전달하신다는 인상을 받았다. (특히 요즈음 효과적인 수업을 고민하고 있는) 강사 입장에서도 여러 모로 무척 도움이 되었지만,  그 이전에, 일단 수강생 입장에서 굉장히 재미있었다. 보여 주신 동영상 자료들도 무척 훌륭해서, 어디서 저런 걸 구하셨을까 싶었다. 마지막에는 [작은 벽돌집]이라는 단편 애니메이션을 보여주셨는데, 감동해서 울었다. 동진님과 함께 다시 보고 싶은 영상이었다. 여러모로 굉장히 충족감이 드는 시간이었다. 나에게는 이런 게 필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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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5월 3일 목요일

일상 2012.05.03 18:40 |

서부지원 근처에서 상준 님과 만나 커피를 한 잔 마셨다. 사무실 답사를 겸한 나들이었다. 상준 님께서 계획하고 계신 일도 있고 내가 고민하고 있는 일도 있어 겸사겸사 뵈었는데, 흥미로운 제안을 해 주셨다. 오랫동안 알아 온 지인의 호의가 고마웠다. 

할 수 있는 일 이상을 욕심내지 않되, 할 수 있는 일은 반드시 제대로 하고 싶다.


저녁에는 요전에 태국에서 사 온 인스턴트 라면(?)을 먹었다. 새우를 넣어 끓였는데, 여러가지 채소와 계란을 곁들이면 훨씬 맛있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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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4월 4일 수요일

일상 2012.04.04 23:14 |

낮에 언어교육원에서 버마(미얀마)에서 온 외교관 웅 씨를 만났다. 그 다음에는 학내 투썸플레이스에서 이전에 사이 강좌를 들어 주셨던 웅희 님을 만났다. 지난주에 잠시 좋아 졌던 목 통증이 다시 심해져, 홍삼라떼를 주문했다. 웅희 님 전공 이야기를 들었는데, 무척 재미있고 신기했다. 연구실을 구경하고 싶었는데 못 가서 조금 아쉬웠지만, 처음 만든(?) 구조 모형을 보여주셨다. 

저녁에는 라키난 님이 빌린 책을 돌려주고, 추천도서를 빌려 주러 한별 님과 집에 오셨다. 같이 차를 마시고 말린 망고를 먹었다. 라키난 님이 학교에서 이명현 박사님의 '외계 생명체를 찾아서' 교양강의를 청강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나도 듣고 싶어지는 강의였다.

날씨가 계속 추워서인지 목의 붓기가 쉬 가라앉지 않는다. 도라지차를 마시고 가끔 소염제를 먹으며 낫길 바라고 있다. 특별히 무리한 일도 없는데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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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치서핑에서 연이 닿은 프랑스인 빈센트를 집에 초대해 함께 케이크를 곁들여 커피를 마시고 저녁을 먹었다. 빈센트는 물리학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스위스-프랑스 국경에 있는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에서 일하고 있는 청년이다. 내 자기소개에서 어슐러 K. 르 귄, 프랑크 허버트, 헤르만 헤세의 이름을 보고 연락을 줬고, 나는 CERN을 보고 콜을 외쳤다. (응?)

CERN은 얼마 전에 화제가 된 강입자가속기(LHC; Large Hadron Collision)가 있는 곳이다. 빈센트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이론물리는 실험물리보다 훨씬 발전한 상태로, 이론 위에 이론을 쌓아가는 형태로 점점 더 높아져 논리적으로는 굉장히 많은 것을 설명할 수 있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출발점이 틀렸다면, 그렇게 고도화된 물리학 이론이 설령 이론적으로 성립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현 우주를 설명하는 올바른 이론이 아닐 수도 있다. 물질-반물질이 있다고 가정하고 그 가정에서부터 이론을 죽 발전시켜 많은 현상을 설명하는 동안 실제로 반물질을 '본' 것은 아니듯이. 그래서 이론이 올바른 가정에서 출발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실험이 필요하다. LHC에서는 지금 크게 네 가지 실험을 진행하고 있는데, 빈센트는 그 중 한 실험을 위해 가속기에서 나오는 엄청난 양의 로데이터를 물리학자들이 분석가능한 형태로 조작하는 일을 맡고 있다.

엄청 흥미진진했는데 본인은 별로 재미있는 이야깃거리가 아니라는 듯이 말해서 그 또한 흥미로웠다. (매일 하는 일보다는 만화나 북한이 더 재미있는 화제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연구소가 스위스-프랑스 사이에 있어 하루에 두 번 국경을 넘어야 해서 특수한 패스를 가지고 다닌다거나, 실제로 가 보면 사람들이 출퇴근하는 연구동은 전혀 '첨단' 같지 않은 매우 오래된 건물이라거나 하는 얘기도 들었다.

LHC가동과 관련 실험에 에너지가 많이 필요하기 때문에, 최근 유럽 경제 불황의 영향을 받고 있다고 한다. 프랑스는 에너지의 80%정도를 원자력으로 충당하고, 이를 주변국에 수출해 수입을 얻고 있다. 옆 나라 독일이 원전 폐지를 결정한 것에 대한 의견을 물었더니, 물론 대단한 결단이지만, 어차피 독일은 프랑스의 원전 전기를 수입해서 쓰고 있기 때문에 독일 국내의 원전 가동을 중단한다고 해도 프랑스가 원전을 가동하는 한 원자력 에너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아니란다. 장기적으로는 유럽 전체에서 대체에너지원을 찾아야 하는 문제라고.

일본에 굉장히 관심이 많고 잘 알고 있었다. 프랑스가 일본 만화를 많이 수입한단다.

저녁은 동네 낙지 수제비집에서 먹었다. 무척 재미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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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 아님)

용준 님이 한국에 오셔서 홍대 앞에서 뵈었다. 홍대 정문 앞 [투썸플레이스]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투썸플레이스]는 간데 없고 [파리바게뜨]가 있더라. [투썸플레이스]나 [파리바게뜨]나 거대자본의 프랜차이즈인 점은 매한가지인데도 어쩐지 속이 상했다.

용준 님, 아스 님, 연심 님, 인수 오빠와 [제니스브레드]에 갔다. 지난 번에 허탕을 쳤는데, 이번에는 문을 열었더라. 얼씨구나 하고 빵을 샀다. 오랜만에 뵌 용준 님은 여전히 멋있었다. 처음 뵈었을 땐 너무 멋있어서 말도 제대로 못 걸었는데. 아스 님이 괴롭힘 당하며 즐거워하시는(음?) 모습을 보니 내 마음도 즐거웠다.(으음?) 연심 님과는 초면이었는데, 솜사탕같이 보들보들한 분이셨다. 신촌에 사신다니 졸업하기 전에 학교 근처에서 한 번 청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식후에는 카페 [이심]에서 커피를 마셨다. 예배를 마친 동진님이 합류. 느긋하고 좋은 카페였는데, 최근 대학원 입시로 무리한 탓에 서서히 넋이 나가 택시를 타고 귀가했다. 마음만 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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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G SF, 이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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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s 2011.10.24 14:27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왜곡입니다! 오해입니다! 즐거워하다뇨 ㅠ_ㅠ



[멀티버스] 출간으로 에스콰이어 유정석 기자님, 김보영 님, 배명훈 님, 아스 님과 홍대입구역 근처 민트정글(Mint Jungle)에서 만났다. 책이 나오고 나서야 만난 유 기자님은 유쾌하고 열정적인 분이었다. 증정본이 퀵으로 카페에 왔다. 기자님이 당신도 이제야 책 실물을 본다고 하셔서, '만날'이 '맨날'로 바뀐 부분을 알려드렸더니 무척 좌절하셨다. 내 글에는 '맨날' 이 없는 줄 알았는데 미주에 하나 있었더라.

[멀티버스] 출간 비용 조달 방법을 비롯, 잡지에서 기사와 광고를 조합하는 과정에 관해 재미있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세 시 반쯤 기자님은 먼저 가시고, 우리끼리 자리를 그늘로 옮겨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다. 집에서 나올 때는 너무 피곤해지면 안 되니까 일찍 귀가할 생각이었는데, 너무 재미있어서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해가 저물어서야 억지로 일어났다. 아스 님이 위로가 되는 만화라며 [칼바니아 이야기]를 빌려 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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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sabbath 2011.10.02 21:1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사실 제이님의 "맨날"이 가장 강력했습니다. 눈물 글썽글썽 코 팽 풀면서 여운에 사로잡힌 채 미주를 읽다가 예기치 않게 빵 터져서 눈에 눈물이 맺힌 채로 웃음을 터뜨리는 효과가. 역시 오타조차도 가장 위대하신 제이님!

  2. 자혜 2011.10.07 17:0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멀티버스 받자마자 그날로 남친에게 빼앗겼음......그래도 언니가 쓰신 부분은 읽고 빼앗겼어염 ㅋㅋㅋㅋ

    • Jay 2011.10.07 23:36 신고 Address Modify/Delete

      ㅎㅎ 고마워. 네 남친, 점점 더 만나보고 싶어진다. 과학소설을 즐겨 읽는다니 틀림없이 훌륭한 분이겠지....(으응?!)

9월 4일 일요일에는 베를린 행 겨울 항공권을 예약했다가 취소했다.

9월 5일 월요일에 [초키] 증정본이 왔다. 책이 나왔다는 소식은 1일에 들었으나, 증정본 배송이 좀 늦었다. 실물을 보니 실감이 났다.


9월 6일 화요일에는 오후에 시댁 심부름을 다녀왔고, 저녁에 자혜가 놀러 왔다. 개강만으로도 벅찬데 시간표까지 꼬여 힘들었는데, 월병을 곁들여 녹차를 마시며 자혜와 수다를 떨고 나니 한결 나았다. 자혜에게 무척 고마웠다. 공부해야겠다는 생각도 조금 들었다.

9월 8일 목요일 점심에는 자혜와 오코노미야키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일본인이 하는 곳으로 무척 맛있었는데 가게 이름을 확인하지 못했다.


저녁에는 테드가 한국에 온 기념으로 작가들끼리 차를 한 잔 마셨다. 연희동에 있는 129-11이라는 카페에 갔다. 학교 '서문'의 위치를 드디어 알게 되었다. 약속시간이 7시인데 수업이 7시에 끝나 정신없이 갔는데, 내가 제일 먼저 도착했고 그 다음이 동진님이라서 재미있었다. 참석자는 테드, 마르샤, 상훈님, 쿄코님, 이다님, 수현님, 상현님, 명훈님, 파란날개님, 상준님, 라키난님, 인수오빠, 동진님, 나. 이다님이 즉석에서 마르샤를 그려 선물하셨다. 말이 잘 통하지 않아도 무언가를 전할 수 있다니 부럽다. 열한 시쯤, 테드와 마르샤를 호텔에 바래다 주고 귀가했다. 수업이 많은 날이었기 때문에 무척 피곤했고, 내게 재미있는 얘깃거리가 별로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밤에 E지 최종고를 확인했다.

9월 9일과 9월 10일에는 발작적인 추석 스트레스로 고생했다. 시부모님을 싫어하기는 커넝 좋아하고, 진심으로 존경하는데도 명절을 나기가 너무나 힘이 든다. 명절이 없어질 수 없다면 내가 이 나라에서 나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무한반복하며 이틀 내내 축 늘어져 눈물만 줄줄 흘렸다. 10일에는 내내 굶다가 저녁에 합정역 근처로 외출했다. 목적 없이 나섰더니 딱히 가고 싶은 곳도 없고 먹고 싶은 것도 없는데다 결국 추석이 어디 가는 것도 아니라 기분은 그다지 좋아지지 않았지만, 어쨌든 버거를 먹었다. 옥토버라는 빵집에서 치아파타와 포카치아 등을 사고, 홍성사에 가서 딸기 쇼트케이크와 과일 타르트를 골라 귀가했다. 딸기 쇼트케이크를 밤에 먹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9월 11일에는 시부모님과 김포공항에서 점심을 먹었다. 추석 연휴라 가려던 음식점들이 다 휴무라 몇 군데 돌았다.

9월 12일에는 시댁에서 아점을 먹었다.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집에서 한 숨 자고, 밤에는 친정에 갔다. 친정에 가는 길에 카카오봄에 들러 핫초콜릿을 테이크아웃해 가는 길에 마셨는데, 세 시간 정도 효과가 있었다. 핫초콜릿 나뭇잎과 트뤼플도 샀다.

9월 13일 화요일 저녁에는 신사동 루재머스에서 테드 창 독자와의 만남(?) 행사가 있었다. 전혜진 님을 처음으로 뵈었고, 한나 님과 해울 님, 지숙 님, 세진 님을 다시 뵈었다. 그다지 이야기는 나누지 못했다. 시설이 열악하고(이 날씨에 에어컨 고장!) 옆에 있는 설렁탕집의 냄새가 심했다. 준비한 분들이 고생 많이 하셨겠더라.

9일부터 11일 사이에 내가 했던 말이나 행동을 생각하니 부끄러워 쥐구멍에 숨고 싶었다. 그렇지만 나에게 힘든 것 또한 사실이라 가능하면 피하고 싶은데, 대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9월 15일 목요일에는 학교에 가지 않았고, 신음 같은 글을 한 편 썼다.

9월 17일 토요일 저녁에 용진군이 오랜만에 놀러왔다. 서로 바빠 일 년 가까이 제대로 연락도 못 했던 처지다. 그 사이에 용진군에게도 많은 일이 있었더라. 보쌈을 먹으며 맥주를 마셨다. 용진군의 직업과 삶을 대하는 자세에 존경심이 생겼다.


9월 18일 일요일 낮에는 SF팬덤의 하위문화에 관해 박사 논문을 쓰고 있다는 한상헌 님을 뵙고 인터뷰를 했다. 결과물이 궁금하다. 이미 여러 사람들을 인터뷰 하셨던데, 다들 다른 말을 했겠지. 듣는 사람의 입장이나 생각이 궁금했다.


9월 19일 월요일에는 멍하니 있었다.  사실 17일 밤에 커피를 마시고, 나와 동진님 둘 다 각성상태가 되어 밤을 새다시피 했었다. 18일 아침에 겨우 자긴 했지만 멍하고 불편했다. 18일 밤에 일찍 잠들었으나 19일에도 멍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토요일부터 월요일까지 공부를 전혀 하지 않았다. 그래도 끼니는 챙겨 먹었다. 어제 동진님이 사냥해 온 빵과 마카롱도 먹었다.

9월 20일 화요일에는 학교에 갔다. 3시 수업인데 시간을 헷갈려 2시에 도착해버렸다. 여학생 휴게실에 누워 한 시간을 때웠다. 지정좌석을 잊어버려 조교에게 물어 보았다. 그냥 문 앞에 붙여 줬으면 좋겠다. 수업시간에 어음사기에 관한 비디오를 보았다. 너무 비참하고 잔혹해서 가슴이 서늘했다. 귀가길에 [레이디 디텍티브] 2권을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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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한수덕 2011.09.22 00:43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코노미야끼 집은 아마 '하나'가 아난가요? 신촌 민토에서 이대쪽으로 걸어가다 오른편 골목길에 있는 거라면. 아니라면 맛있는데라니 좀 알려주세요^^ 서문의 위치를 아셨군요!;;;

    • Captjay 2011.09.27 23:08 신고 Address Modify/Delete

      헉 깜짝! 학교에서 못 뵙는 수덕 님을 여기서 뵙네요. 서문의 위치를 알고 나니 연희동 맛집 신세계가 열렸어요! >_<

  2. 자혜 2011.09.22 16:3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하나]가 맞습니당! ㅎㅎㅎ 신촌에서 오코노미야끼 맛집이라면 그 곳밖에 없지요 :-)

  3. 한수덕 2011.09.29 00:09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그새 사진이 추가되었네요^^ 꿀꺽...
    저도 반년 쯤 전에 하나를 발견해서 가끔 가고는 하는데
    (사실 윙스푼에 신촌지역 맛집 1위이기도 하더라고요ㅎ)

    암튼 두 분 다 공부하느라 고되실텐데, 남은 시간 화이팅입니다!

  4. 2011.09.29 15:21 신고 Address Modify/Delete Reply

    오랜만에 들어왔는데 두 달 치 일기가 한꺼번에 올라와있네! ^^ 부지런한 제이, 그새 또 번역해서 출간했구나, 대단하다~ (여긴 한밤중인데... 오코노미야끼 사진을 보고 나의 위가 요동치고 있어!)


신간 증정본이 왔다. 책이 예쁘게 나와 기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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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문화원 강좌 개강일이었다. 이번에도 재미있고 즐거운 강좌가 되면 좋겠다. 개강하고 계속 누수와 마감과 개강으로 힘들었는데, 기분이 굉장히 좋아졌다. 동진님이 귀가한 나를 보며 얼굴색이 확 좋아졌다며 신기해 했다.

밤에 오랜만에 동기 미진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세브란스 병원에 일이 있어 나온 김에 생각나 연락했다고 한다. 아기를 낳고 키우느라 바쁠 동기에게 내가 먼저 연락했어야 하는데, 반갑고 미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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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사 수업이 휴강이었다. 그래서 홍대 앞에서 아스님을 만나 푸르지오 상가 건물에 있는 '사토시 카레'에 가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경아 님의 신작도 감사히 전해 받았다. 소리소문 없이 나온 태리 프랫챗의 [뒤집힌 세계]. '사토시 카레'의 고로케가 맛있다는 소문을 듣고 갔는데, 과연 맛있었다. 상가 내에서도 너무 구석 자리에 있어 잘 될지 조금 걱정스럽더라. 식후에는 르 쁘띠 뿌에서 무스와 케이크를 곁들여 커피를 마시며 SF, 사람, 책, 인도영화, 글쓰기 등을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나는 결혼 후에 결혼 전에 쓰려고 했던 많은 글들을 영영 쓸 수 없게 되었고, 그 진공으로 인한 상실감에 오랫동안 시달렸다. 무언가가 완전히 내 안에서 사라졌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과정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부당한 감정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억울하기도 했다. 그런데 아스 님이 논문을 쓰고 나서 논문을 쓰기 전에 쓸 수 있던 글을 더 이상 쓰지 못하게 되었다는 말씀을 하셨다. '결혼'이라는 특정 경험으로 인한 상실이 아니라, 단지 그만한 무게를 갖는 정신적인 기점에서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변화일지도 모른다고 처음으로 생각할 수 있었다. 무척 위안이 되는 말이었다.

저녁으로 먹으려 카모메 주먹밥을 두 개 골랐다. 야근을 한다던 동진님이 저녁을 밖에서 먹지 않고 나와 거의 같은 시각에 귀가해서 주먹밥을 나누어 먹었더니 밤에 무척 배가 고팠다. 아참, 그리고 무과수 마트 골목, 가또 에 마망 건물 2층에 24시간 탐앤탐스가 문을 열더라. 마음에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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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 수업에는 지난시간에 결석한 E씨와 J씨가 왔다. 영어강사로 일하고 있어서인지 자신감이 넘치고 교사의 만만한; 부분을 금세 파악하는 분이었다. 예습도 확실히 해 오고, 의욕이 있는 분이다. J씨의 아직 백 일도 안 된 아기도 와서 책상 위에 누워 함께 공부를 했다.

여름 한 달 동안 아이와 함께 고향 캄보디아에 다녀온 S씨가 한국어능력시험 공부를 하러 왔는데, 얼굴이 굉장히 밝아져서 보기 좋았다. 한 달 사이에 특별히 달라진 곳 없는데도 마치 예전보다 훨씬 미인이 된 것 같았다.

수업 후에는 너무 피곤해서 집에 와서 잠시 누웠다. 딱 30분만 자려고 했는데 잠결에 알람을 껐다가 깨 보니 세 시. 네 시까지 H사에 가기로 했던 터라 상훈님께 늦겠다는 문자를 보내고 허겁지겁 준비해서 나갔다. H사는 꽤 멀었다. 게다가 도착해 보니 폐를 끼친 적이 있는 B사와 같은 건물이었다. 당황했지만 모르는 척 했다. 일할수록 업만 는다.

회의에는 상훈님, 아스님, 상현님이 와 계셨다. H사의 담당자 분이 과학소설을 알고 이해하는 분이셔서 믿음이 갔다. H사는 어렸을 때부터 보아온 각별한 곳이라 로고를 보니 기분이 묘했다. 아, 내가 어른이 되었구나, 하는 실감이 들었다고나 할까. 정말 새삼스런 일이지만 말이다. 어쨌든 기획이 잘 진행되어 내가 더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오늘은 원래 지정사에서 고기를 구워 먹으러 가기로 한 날이었으나 아픈 동진님이 걱정되어 일단 귀가했다. BHC의 닭강정을 먹었다. 비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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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명훈님, 이명현 박사님과 만났다. 한시 반 약속이라 수업 끝나고 바로 갔는데, 점심을 들지 않은 사람이 나 뿐이었다. 이명현 박사님은 조경철 박사님의 장지에 갔다가 검은 리본을 단 채 바로 오셨다. 파주 쪽인가? 이북이 보이는 곳이 장지였다고 한다. 조경철 박사님이 이북 출신인 줄 이제 알았다. 그 묘지에는 평안도, 함경도 등 도별로 장지가 마련되어 있고 북녘이 보이게 묘를 만들어 장사를 지낸다고 한다. 장지는 북에도 내린 눈이 소복이 쌓인 산이 보이는 자리였단다.

두 분과의 대화는 무척 즐거웠다. 꽤 신도 나서,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하며 살아야겠다 싶었다. 그래서 지난 2주 동안 병이 나도록 고민했던 UW 건에는 지원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오후의 국제법 시간에는 내셔널 지오그래픽 채널에서 만든 (국내 미방영) 북한 주민 취재 프로그램을 10분 정도 보았다. 위대하신 장군님과 수령님을 찬양하며 만세를 부르고 부르는 모습을 보며 누군가 헛 하고 웃었다. 황당해서였겠지만 복잡한 기분이 들었다. 내 눈에는 다른 자리에서 보았던 개신교회의 찬양(?) 장면과 똑같았다. 북한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뭄, 홍수, 빈곤, 죽음 같은 것들을 생각하면 아찔하다. 생존이 워낙 절박하니 독재는 상대적으로 작은 문제처럼 느껴질 정도다. 북한의 붕괴가 두렵다. "북한이 몇 년 안에 붕괴할텐데, 그러면 땅 찾는 부동산 소송부터 해서 얼마나 일이 많아지겠냐. 여러분에게는 블루오션이 기다리고 있으니 아무 걱정 안 해도 된다"는, 농담이라도 듣기 괴로운 말을 하는 교수님(국제법 아님)의 수업을 들으면서 변호사를 하겠다고 학교를 다니고 있는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몇 년 전 일이니 이제 열린 자리에 써도 될 것 같은데, 2006년에 나는 모 사회복지기관에서 일하며 새터민 가정을 방문한 적이 있다. 차상위 계층 가정을 방문조사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어떤 상황인지 정기적으로 확인하는 작업이었다. 새터민 가정인줄 모르고 갔다가 실수를 저질러서 이후 몇 년 동안 반성하고 반성했으나 그 일은 아직 글로 쓸 수 있는 것이 아니니 생략하고, 어쨌든 그때 눈앞에 앉은 만삭의 아주머니가 "지가 두만강을 건널 적에......"라고 자연스럽게 말했을 때의 당혹감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그러나 나의 체험을 압도하는 타인의 경험이 어디 그것뿐이랴.

병원에서 항생제를 과다처방해줬으나 (약국에서 병원에 정말 이렇게 주냐고 확인전화를 했을 정도였다) 나 역시 당장 낫는 것이 급한 처지라 준 대로 먹었더니 이두의 염증은 한결 가라앉았다. 그런데 빨리 나아 보겠다고 따뜻한 물을 하도 많이 마셔서 배탈이 났다. 그래서 이 시각까지 못 자고 있다(지금 새벽 2:40). 베를린에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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